
들어가며
주식시장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보니, 아무래도 게을러진다. 주식이 오를 땐 신나서 공부하고, 내릴 땐 주식 창을 닫는다. 매우 보편적인 패턴이다.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그래도 힘을 내서 계속해서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 생각을 정리해본다. 기록에 남겨, 나중에 돌이켜 보기 위함이다. 과거에도 이런 식의 상황 인식 훈련(?)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처럼 시장에 진심인 적은 없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이슈1. 메모리 공급 증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 AI주식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증설과 함께 하향사이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매수측의 논리는 같았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른다는 것, 슈퍼사이클이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근거는 있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다. 이번에도 같을 것인가?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 대해 GPT에게 물었다. 과거에 비해 이번 사이클의 다른 점이란 구조적 성장이라는 것이다. AI산업이 개화하며 수요가 급증했고 그 가운데 메모리가 뜻밖(?)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내가 읽는 책을 PDF로 만든 뒤 이걸 AI에 넣고 저자와 대화하는 식으로 공부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책 한 권의 용량을 10MB 정도 되기 때문에 당연히 업로드는 가능하다. 근데 내가 AI에게 이 책에 대해 물어보면, 책 전체를 참고해서 답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매 답변마다 전체 컨텍스트를 참조해서 답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CODEX나 심지어 클로드 코드도 디버깅을 요구하면 코드 전체를 파악해서 답하지 않고, 주요 부분을 추출해서 분석하고 해결한다. 물론, 클로드 코드의 성능은 진짜 미칠만큼 좋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게 대부분 메모리의 제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AI의 급부상
일부에서는 중국AI가 작은 CAPEX로 미국의 일부 AI 서비스를 압도하고 있으므로 미국 빅테크들의 CAPEX 투자가 다소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조건 때려박기보다 보다 효율적인 투자(CAPEX 축소 또는 유지)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다.
내 생각을 적어보면, 이것 또한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한다. 정말 대부분의 경우에서 양이 질을 압도한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질적인 부분은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도 마찬가지고, 공부도 마찬가지다. 코치와 감독이 있고, 시험이라는 피드백이 있다. 플레이어는 항상 최선의 효율로 작업을 완료하고 싶어한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양적인 경쟁이다.
5G 망을 까는데 KT와 SKT가 경쟁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이 두 기업 모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설치하고 싶을 것이다.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누가 더 빠르게 많이 설치하느냐의 싸움이었다. 양의 싸움이다.
AI도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가능한 최고의 GPU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이미 싸우고 있던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당연히 질적 발전과 양적 투자 모두를 지향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많은 돈을 투자하여 메모리와 데이터센터를 늘려야지만, 더 강력한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CXMT에 대해서는 굳이 많이 할 말이 없다. CXMT는 아직 HBM 수율도 나오지 않는데다가 중중국 내 DRAM 수요만 보더라도 이미 한~참 부족하다. CXMT의 부상은 적어도 이번 사이클에서는 크게 염려할 바는 아닌 것 같다.
국내외 금리 인상
금리 인상에 대해서 사실 나도 걱정이 굉장히 많았다. 금리 인상은 당연하게도 밸류에이션 축소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전부다.
생각해보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장에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어렵사리 합격했다. 열심히 일하면 5년 안에 보너스까지 10억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직장과 가까운 집의 가격이 10억이다. 나에게 있는 돈은 1억 뿐. 심지어 금리마저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이 기업에 취업을 포기해야할까?
9억 전부를 대출받을 수는 없다. 규제는 접어두더라도 금리가 부담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다. 5년 내에 10억이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집 값이 비싸고 금리가 오른다는 이유로 취직을 포기할텐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 중국 AI 기업의 상황이 그렇다. 금리가 오른다해서 AI 투자를 멈출 수가 없다. 조금만 더 투자하면 더 좋은 성능, 그리고 기꺼히 비싼 구독료를 지불할 더 많은 고객이 눈 앞에 있다. 금리 때문에 이 투자를 멈추는 건 말이 안된다. 경쟁사에게만 좋은 꼴이다. 그리고 경쟁사는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다.
보다 더 큰 그림

내가 요즘 두고두고 보는 차트다. 닷컴 버블 당시의 나스닥 지수의 흐름. 하얀색 동그라미 부분은 나스닥 지수의 마지막 큰 조정 부분이다. 고점 대비 무려 40%가 하락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나스닥 지수는 저점 대비 3-4배가 오른다.
잘 와닿지 않아 코스피로 환산해 이야기하면, 올해 9,380까지 고점을 찍었던 코스피 지수가 올해 하반기 5,600까지 하락한 뒤, 2027년 말에는 20,000포인트까지 오른다는 계산이다. 지금 매도하면 5,600부터 20,000까지 오르는 황금기간을 놓치는 수가 있다고 본다.
물론, 꼭지에 팔 수는 없다. 그런데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지금이 AI테마, 메모리 테마의 끝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 왜냐하면 SK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도 그렇고, 마이크론의 CEO도 그렇고 메모리의 공급부족이 2027년을 너머 더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1년 정도 실적을 선행한다고 보면, 2026년 중반인 지금, 사이클의 끝을 예상한 주가의 선제적 하락을 인정하기엔 조금 이른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식은 진짜 쉽지 않다. 시장이 진짜 예민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반영하고 지금부터 미리 하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2027년 이후에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내가 이해하는 시장은 때로는 너무 근시안적이고, 때로는 너무 멀리 본다. 지금은 오히려 시장이 너무 멀리 있는 악재를 앞당겨 보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또 조금 더 근시안적으로 보는, 눈 앞에 보이는 가까운 호재를 더 낙관적으로 인식하는 때가 올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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