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의 변신과 기회

블랙베리는 누구인가

나는 블랙베리가 누구인지, 뭐하는 기업인지, 블랙베리에 대해 못봐도 한참 못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블랙베리가 내 레이더에 들어왔다. 내 레이더에 BB가 들어온 이유는 주가가 신고가를 찍었기 때문이다. 아래 차트를 보자. 블랙베리의 주가는 $3 언저리의 바닥에서부터 $11까지 급등 후 1개월 간의 짧은 기간 조정 후 바로 급하게 $11를 재돌파했다. 블랙베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블랙베리는 더이상 휴대폰 기업이 아니다. 한때 월스트리트를 지배한 스마트 폰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 바로 임베디드 OS 사업이다.

BB의 운영체제(OS)는 자동차나 의료기기 등에 내장되어 작동한다. 특히 자율주행 차량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BB의 QNX는 테슬라를 제외한,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의 ECM, ABS, 긴급 시 스티어링 휠 조향을 블랙베리의 OS인 QNX가 맡고 있다. 자율주행은 흔히 테슬라의 FSD를 떠올리는데, 여러가지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은 이 FSD와 같은 별도의 AI가 하게 된다. 다만 순간적인 밀리세컨드 단위의 동물적인 판단은 AI가 할 수 없기 때문에 QNX가 도맡아 하게 된다. 보다 기계적이고 하드 코딩된 판단이다. 차가 미끄러지거나, 어디에 문제가 생기거나 했을 때 순간적인 판단으로 엔진의 출력, 그리고 출력의 분배, 스티어링 휠의 방향 등을 제어해 주는 것이다.

이 기술은 굉장히 높은 신뢰도가 필요한데, 거의 블랙베리의 “사실상의 독점”이다.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나고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을 받았다.

블랙베리의 가치 변화

자동차에 들어가는 QNX는 중요하긴 하지만, 워낙 대량으로 이식되기 때문에 ASP가 낮다. 지난 컨콜에서 경영진이 공개한 그대로다. 근데 이 구조가 변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에는 로봇이 있다.

로봇도 생각해보면 자율주행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다. 블랙베리 경영진은 자율주행차를 바퀴가 달린 로봇이라고 말할 정도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유니트리의 로봇에도 블랙베리의 QNX OS가 들어간다. 어떤 동작에 대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선 각 로봇 개발사의 AI 알고리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로봇이 갑자기 넘어질 뻔 한다던지, 어떤 한 부분이 작동되지 않아 균형이 맞지 않는다던지, 이런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QNX OS가 힘을 발휘한다. 정해진 로직으로 밀리세컨드 안에 정확한 제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QNX OS는 로봇 내의 메모리 및 CPU를 관리하고, 분배한다. 즉, 얼마만큼의 컴퓨팅 파워를 순간 판단에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포괄적인 판단에 사용할 것인지를 규정한다. 이런 기술력이 블랙베리의 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보안 분야의 성장

BB는 신기하게도 보안과 관련하여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BB는 소프트웨어 설계 기술을 이용하여 강력한 보안을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예를 들어 각국 정부가 사용하는 플랫폼, 군사나 경비대가 사용하는 중대사건관리 시스템, 고위관료나 정부기밀요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등이다.

이 사업은 BB에서 Secure Communications로 분류된다. 이 사업도 최근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개선되고 있는데 최근 국제 정세로 미국의 신뢰도가 하락하며 각국의 데이터 및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이 커진 덕분이다.

모든 분야의 성장과 FY2027 가이던스

최근까지 BB는 경영 효율화, 원가 절감에 힘썼다. 실제 실적을 보면 매출과 이익을 꾸준하게 잘 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제는 성장의 시간이 왔다. BB의 경영진에 따르면 FY2027의 성장 가이던스가 매출 11.3%, EBITDA는 21.4%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거의 매년 flat 했던 실적과 대비대는 성장이다. 그리고 이 성장은 모든 세그먼트의 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BB의 평가 변화에 따라 주가도 미친듯이 솟구쳐 오르고 있다.

BB의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전 사업부의 준수한 성장
  • 이미 지배력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기술을 로봇으로 이식
  • 로봇 기업으로의 시장 인식 변화
  • 금리 인하 기대감(?)

밸류에이션과 리스크에 대하여

주가가 비싼가? 당연히 그렇다. 좋은 기업의 주가는 비싸다. 비싼 주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다. 이젠 비싼 기업만 본다. 그 중에서 진짜 성장하고 시장이 좋아할 만한 기업을 본다. BB는 어떤가? 비싼가? 그렇다. 성장하고 있는가? 그렇다. 시장이 좋아할만한 산업과 테마인가? 그렇다.

전통적인 밸류에이션으로 보면, FWD PER은 거의 60이다. 윌리엄 오닐에 따르면 비싼 기업이 원래 더 잘 오른다. 비싼 기업은 계속 비싸진다. 사실 밸류에이션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PER 10의 종목이 싼가? 마이크론이 FWD PER 15인데 그럼 마이크론은 싼가? 밸류에이션은 의미가 없다. 이 기업이 앞으로 더 주목 받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주목을 받는 근거가 실적의 증가가 될 수도 있고, 산업의 변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리스크는 로봇 산업 자체의 기대감 약화다. 요즘 약간 시장의 관심이 메모리에 집중되며 로봇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지고 있다. 만약 금리 인상이 지속되며 꿈을 먹고 자라는 로봇과 같은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줄어들면 BB의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 이게 그냥 말 뿐만은 아닌게,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회의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미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자동화는 충분히 이루어졌고, 사람들의 생각보다 인간의 소소한 판단이 행동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며, 로봇의 단가가 대량 생산을 하더라도 (적어도 단기간 내엔) 충분히 저렴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전히 너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을 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로봇 테마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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