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못하는 것
나는 기본적으로 편견(bias)이 많은 사람이다. 논리적인 의견에 대해 쉽게 설득당한다. 문제는 논리적인게 항상 맞진 않다. 세상은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논리적인 논리가 수만가지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논리에 쉽게 설득당해서는 주식투자를 하기 어렵다. 특히 장기투자라면 더 그렇다.
장기투자는 자신이 공부하고 정리한 바를 기억하고, 회상하며, 세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논리와 싸워야한다. 그리고 때때론 그 논리를 수정해 나가야 한다. 나에겐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가치투자가 참 어렵다.
내가 잘하는 것(그나마)
반면 나는 판단이 빠르다. 그리고 실행력이 강하다. 지속성도 강하다. 뭔가 하나를 하면 그래도 비교적 꾸준히 한다. 공통점을 잘 찾는다. 차이점도 잘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겐 추세추종 트레이딩이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주식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찾고, 성공패턴을 반복한다. 어려운 부분은 추세추종 트레이딩이 단순히 패턴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턴 내의 패턴, 그리고 그 속에 또다른 패턴이 중복으로 놓여져 있다.
예를 들면, 강세장을 판단하는 패턴, 약세장을 판단하는 패턴으로 장세를 판단하고, 그 내부에서 주도섹터의 패턴, 주도섹터 내에서의 주도주의 패턴,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많은 손절과 익절의 패턴이 있다. 패턴과 패턴이 만나서 더 많은 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숙련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 인내
깡토님이 말씀하셨듯이, 가치투자도 추세추종도 인내다. 가치투자는 열심히 분석한 종목을 사서, 시장에서 그 가치를 반영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다. 추세추종은 확률이 높은 구간을 기다리는 인내다. 만약 가치투자와 추세추종 모두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아마 가장 부족한 요소는 “인내”일 것이다.
그렇다고 산으로 가 도를 닦으면 인내가 키워질까?
보조 지표의 활용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인내는 철저히 학습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타고 나는 것도 있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데 100점의 인내가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3점을 타고 나고, 누군가는 1점을 타고 난다. 나머지 90점 이상은 다 순수히 노력으로 채워야하는 것이다.
인내를 기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보조지표를 활용하는 거라 생각한다. 전설적인 트레이더 윌리엄 오닐은 이미 우리를 위해 그런 보조도구를 만들어 놓았다. 바로 DD(Distribution Days)와 FTH(Follow-Through Day)다. 아래 차트를 보면…

위는 코스피 차트인데, 붉은색 화살표는 DD를 나타낸다. DD란 -0.2% 이상 하락하면서 전날보다 거래량이 많은 날이다. 최근 25 거래일 동안 DD가 5개 이상이면 위험신호다. 단, 각각의 DD보다 높은 5% 이상의 상승이 나오거나 25 거래일이 경과하면 그 해당일의 DD는 자동으로 카운트에서 제외된다. 제외된 DD는 옅은 붉은 색이다.
오늘 기준으로 보면 25거래일 내 5개의 DD가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매도 신호다. 물론 느낌 상 곧 반등이 나올 것 같긴 하지만, 추세추종 전략의 핵심은 확률적으로 유리한 구간에서 거래하며 하락장에서 확률적으로 덜 잃고, 상승장에서 최대한 많이 먹자는 것이다.

위는 코스피의 4월부터 시작된 상승장 초반의 차트다. FTD에 대해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FTH라는 개념은 약세장 끝의 반등을 최대한 빠르게 예상하기 위한 개념이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 딱 맞는 개념이다.
D+1은 바닥으로부터의 반등이다. 0.1%도 상관 없다. 이때를 D+1로 하고, 이때의 저점을 하향돌파하지 않는 D+2, D+3이 나와야 한다. 이후 어떤 날이 FTD라고 하려면 D+4부터 가능한데, 이때 전일 거래량보다 높은 거래량을 기록하며 +1.25 ~ 1.5% 이상 상승하면 FTD라고 한다.
FTD의 개념이 중요한게, 모든 강세장의 시작엔 FTD가 있었다고 한다. 단, 모든 FTD가 강세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그래도 성공확률이 60-70%라고 하니 강세장의 초반을 잡기 위한 꽤 믿음직스러운 지표라고 할 수 있다.
FTD의 임박 신호(?)

그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D+1은 코스피 지수가 3.56%가 올랐던 7/21이다. 7/21의 저점을 7/22에도 7/23, 7/24에도 하향돌파하지 않았다. 주말 사이 약간 이란과 미국의 전쟁이 멈출 신호가 보이며 어쩌면 월요일에 지수가 상승으로 마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때 7/24의 거래량을 넘어서며 +1.25~1.50%의 상승이 나오면 정말 오랜만에 보는 FTD다.

그런데 나스닥을 무시해선 안된다. 나스닥 차트를 보면 사실상 D+1조차 나오지 않았다. 미국 시장을 내버려두고 우리나라 혼자 반등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 메모리가 너무 강하다보니 미국보다 앞서 반등의 신호가 나올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에서 FTD가 나올 경우와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다음주 정말 반등이 나올 것이냐에 대한 신뢰가 조금은 더 낮은 게 사실이다.
반등장에서 해야할 일
학계에서는 D+1에서부터 주식을 매수하라고 권한다. 자산의 100%를 사용하는게 아니라 전체 자산의 10% 수준으로 맛보기 진입을 하는 것이다. 아무 섹터나 들어가는건 아니고, 강세를 보이는 섹터, 셋업을 예쁘게 잘 만들고 있는 섹터와 종목에 진입하라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DD가 나오면 최악의 신호로써 바로 손절해야 한다. 반대로 FTD가 나오면 전체 자산의 100%를 투입하여 강세 섹터에 대한 노출을 늘린다. 만약 내일 월요일에 지수가 1.5% 이상 상승하며 거래량이 늘면, 차트가 가장 좋았던 국내 데이터센터 관련주에 대한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추세추종과 보조지표
여기에 그 어떤 마법과 같은 이야기도 없다. 모두가 객관적인 지표다. 학문적, 통계적으로 정해진 규칙을 따를 뿐이다. 그러나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규칙을 따르는 건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최신의 AI 도구 무장한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 판단에 AI도구를 사용할지 아니면 직접 종목을 매매할지는 AI도구 뒤에 있는 인간이 결정한다.
인간의 인내심은 결국 유한하다. 그런 이유로 나약한 인간이라면 시스템 트레이딩이든 보조지표와 같은 객관적 수단에 의지하는 것이다. 다 자신의 편견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다.
스탁이지에서도 FTD나 DD에 대한 지표를 공개하고, 더 자세하고 다양한 객관적 지표를 공유한다. 다 알지만 나는 내 블로그에 FTD, DD를 표시하는 차트를 따로 만들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이 블로그는 내가 매일 들어와 일지를 기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더 보고 보다 객관적으로 매 상황을 판단하기 위함이다.
이 지표를 통해 더 나은 투자자, 더 나은 트레이더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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