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는 이유
새해에는 반드시 술을 끊거나 줄여 봅시다. 저도 알게 모르게 집에서 혼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쇼파에 누워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정말 미치죠. 굳이 알코올을 원한다기 보다 그냥 그 분위기가 좋습니다. 약간 감성적인? 그런거죠.
“오늘도 고생했다.”
“이번 주도 고생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랄까요? 하지만 그런 여유도 잠시.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어김 없이 피로가 찾아옵니다. 술 마신 다음날 피로한 가장 큰 이유는 수면의 질입니다. 알코올 자체로 수면의 질이 낮아집니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경험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잠이 잘 오기는 합니다. 그런데 잠에 들고, 시간이 지나며 알코올은 분해되기 시작하고 우리의 뇌는 점차 명료해 집니다. 술에서 깨는 것이죠. 밤 10시까지 술을 마시고 자면, 새벽 2시에는 알코올이 분해되며 점차 명료해집니다.
이런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로 우리 몸의 치유와 회복을 담당하는 렘(REM)수면이 짧아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고 피로한 겁니다. 알코올로 인한 피로의 원인은 간보다도 수면이에요.
새해의 결심
사실 저도 어제 밤 맥주 한 잔 했습니다. 마실 땐 좋죠. 약간은 알딸딸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한 주 수고했다는 의미로 한 잔 했지요. 그런데 오늘 너무나 피로합니다. 저녁의 짧은 행복(또는 쾌락)을 위해 소중한 주말을 희생했네요.
알코올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가지 이점에 대한 논문이 많지만, 저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면 암도 예방하고 심혈관 질환도 예방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코올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 다음 날의 능률 저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새해에는 술을 한 번 끊어보는 게 어떨까요? 저는 2-3개월에 한 번 있는 정말 특별한 회식을 제외하고는 혼술 포함 술을 아예 끊어보려 합니다.
알코올의 오해
과거 여러 역학 연구에서 알코올 섭취에 따른 사망률이 J 커브를 보인다고 발표 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 적당한 알코올 섭취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낮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죠. 어떻게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알코올은 적당한 수준으로 심박수를 올리고, 이는 마치 우리가 가벼운 운동을 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알코올이 갖는 이뇨 효과는 실제 심부전에서 사용하는 이뇨제와 마찬가지로 작동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연구 결과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가졌지만 일단 결과가 그렇다니 믿을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2023년 3월 JAMA에 게재된 메타분석 논문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합니다. 알코올은 단 한 잔이라도 좋지 않다는 주장이죠.
예를 들어, 편향(bias)가 있다고 합니다. 적절하게 알코올을 섭취하는 그룹이 건강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해 적절히 마시는 그룹이 치과 위생, 운동량, 식사, 몸무게, 수입에서 모두 뛰어났습니다. 이 두 그룹을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가 더 건강할 수 밖에 없었겠죠?
어차피 표를 자세히 보지 않으실 것이기에 글로 아주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편향(bias)를 고려하여 다시 분석을 해본 결과, 소량의 음주가 사망률을 낮춘다는 보호 효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하루 25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 사망률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남자의 경우 45g 이상 섭취하는 경우 사망률 증가가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25g이면 5% 의 알코올 도수의 500ml 짜리 맥주 한 캔을 말합니다. 하루 한 캔의 맥주는 우리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금주의 장점
술을 끊읍시다. 술을 더 이상 사회 생활의 윤활제가 아닙니다. 오랜 만에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놀 때 마시는 맥주 한 두 잔은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마시는 맥주 한 잔, 매달 회식 때의 폭음 등은 저세상으로 가는 지름길 임이 명백합니다.
술을 끊으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이유는 명백하진 않지만 음주와 허리 둘레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연구가 아주 많습니다. 아마도 술에 포함된 칼로리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알코올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물질이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도 추정됩니다.
뿐만 아니죠. 심리적으로도 금주는 매우 도움이 됩니다. 술 마시는 것 자체로도 우리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영향을 줘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죠. 술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해 다음날 예민해지는 건 기본입니다.
또 술은 기본적으로 1군 발암 물질로 분류됐죠. CDC에서도 술은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등을 유발하는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알코올이 훑고 지나가는 모든 부위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죠. 목구멍부터 시작해서 항문까지요.
금주를 하면 암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술을 끊는다고 이 모든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암 발생의 확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저는 오늘부터 술을 최소한으로 마시기로 했습니다. 2-3개월 만에 한 번 있는 회식을 제외하고선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겁니다. 간혹 와이프와 함께 마실 일이 있겠지만 맥주 한 잔을 넘기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절대 혼자로 마시지 않을 거에요.
그러기 위한 유인은 충분합니다. 술을 끊으면 각종 암을 예방함은 기본이고, 잠도 잘 자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됩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밸런스가 생깁니다.
저와 함께 술을 끊어보지 않으시겠어요?
For Bette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