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에 중독 되었던 나
저에게 있어서 커피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커피 없이는 단 하루도 집중 할 수 없었죠. 저의 하루는 커피를 마시기 전과 마신 후로 나뉘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는 헤롱헤롱 하던 정신 상태가 하루 종일 지속 되었고 그런 자신을 잘 알았기에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제가 찾았던 건 바로 커피죠.
커피를 마시고 잠이 깨는 느낌이 들면, 그제서야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곤 했습니다.
커피란 놈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이놈은 어떤 녀석이길래 이렇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었을까요?
커피란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해보자고요. 저는 내분비내과 의사로써 여러가지 약을 처방합니다. 제가 처방하는 약은 제각각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또 각각의 약은 복잡한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죠.
커피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커피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카페인도 결국 화학 구조로 그려낼 수 있는 화학 물질입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커피 또는 카페인을 섭취한다는 건, 카페인이라는 약물을 섭취하는 것과 정확히 같습니다. 우리 몸 입장에서는 외부 화학 물질일 뿐인 거죠. 혈압약, 당뇨약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그저 화학 구조를 가진 성분일 뿐입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치료제와 카페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이하 ADHD)에 처방하는 약물인 콘서타와 카페인의 가장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 시킨다는 겁니다. 단, 콘서타의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가 카페인보다 조금 더 강력할 뿐이죠.
두 약물(카페인과 메틸페니데이트)의 핵심 기전은 같습니다. 약물의 작용도 같고 부작용도 같습니다.
즉, 카페인에 의존한 채 살아가는 것은 콘서타라는 약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커피를 하루에 3-4잔 먹는 사람은 어쩌면, 콘서타의 최소 용량보다도 높은 용량을 복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사람마다 대사 속도와 약에 대한 민감도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내가 카페인을 끊은 이유
이제 대략 이해가 되시나요? 카페인은 그저 하나의 약물일 뿐입니다. 커피라는 식물에 카페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을 뿐이죠. 그런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불안, 불면, 어지러움, 예민함 등의 증상이 생깁니다. 심장 뛰는 것 때문에 잠도 못자고 예민해지고 짜증도 쉽게 나는 거죠.
저는 거의 40년 가깝게 살면서 제가 지금까지 예민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카페인이라는 약물을 끊은 지 약 2개월, 저는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옆에서 누가 저를 짜증 나게 해도 이제는 그냥 웃고 넘깁니다. 왜냐면, 오해일 수도 있거든요. 그냥 그 사람은 친절하게 행동하는 법을 모르는 걸 수도 있습니다.
예전엔 안그랬죠. 예전에는 조금 더 예민했습니다. 상처도 쉽게 받고 남들의 반응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죠. 이젠 아닙니다.
또 저는 잠을 원래 6시간 이상 자지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7시간은 쉽게 자고, 8시간, 8시간 반까지도 잡니다. 그리고 잠도 쉽게 오고, 혹시 잠에서 깨더라도 다시 잘 잡니다. 다시 자는데 15분 이상 걸리지 않아요.
아침에는요? 엄청 상쾌합니다. 저는 10대로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아요. 아침에 눈을 딱! 떴을 때 그 상쾌함 있잖아요?
앞으로의 계획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 보세요.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뿐인데, 이미 커피를 마신 후와 같은 느낌. 그 상쾌함이란…
원래, 콘서타와 같은 ADHD 약물을 처음 복용하는 경우, 그 특유의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콘서타는 아니고 비슷한 계열인 디에타민을 먹어 봤어요. 그 약을 복용하는 순간, 약간의 기분이 고양되는 느낌과 집중력이 현격히 좋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카페인도 끊다가 오랜만에 먹으면 똑같죠.
그런데 몇 일 연속으로 마시다 보면, 다시 카페인에 내성이 생기게 되고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 더 많은 카페인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카페인이 작용하는 GABA 수용체의 개수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추정되는 데, 대부분의 약물 중독, 그리고 그 약물에 대한 내성은 이와 비슷한 기전으로 발생하죠.
저는 카페인을 끊었다가 다시 마셔보기도 하고, 끊었다가 1주일에 한 번만 마셔보기도 하고, 별의 별 방법을 다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결국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나는 앞으로 절대 커피를 마시지 않을 것이다.”
커피는 그저 하나의 약물일 뿐입니다. 커피라는 이미지에 그 약물이 숨겨져 있을 뿐이죠. 모두가 커피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 커피의 카페인이 무엇인지는 알고 마셔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상입니다!
For Better Life!!!
저는 ADHD가 있어서 매일 콘서타 18g을 먹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 에스프레소에 카페모카를 타서 먹었는데, 카페인이 엄청 많은 탓인지 콘서타와 비슷한 각성 효과를 봤습니다.
카페인이 콘서타와 동일하게 도파민 재흡수를 줄인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저도 약을 먹을 때에는 커피를 안 마시도록 해야겠네요.
네 커피를 끊고 운동하고, 피곤하면 피곤한 채로 살고, 우리 몸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