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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오닐 CANSLIM에 대한 생각 정리

CANSLIM 전과 후로 나뉘어진 관점

나는 9월 초 윌리엄 오닐의 CANSLIM 전략에 관한 책을 읽었다. 지난 10여년 간 워렌 버핏과 피터 린치와 같은 전형적인 가치투자자에 심취해 있던 나에게 윌리엄 오닐의 전략은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워렌 버핏과 피터 린치는 주가 차트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이 없다. 심지어는 차트가 과거의 산물일 뿐,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차트를 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만약 주식에 투자하며 차트만 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시장 참여자 모두가 그 전략을 손쉽게 따라할 것이고(특히 자본이 풍부한 기관투자자가 그럴 것) 그 전략의 알파는 오래 가지 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라 설명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나는, 오닐의 책을 읽고 주식 시장을 지난 한 달 간 면밀히 관찰했다. 놀랍게도, 윌리엄 오닐의 ‘차트를 기초로 한’ 매수 타이밍과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윌리엄 오닐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오닐을 단순히 기술적 투자자라고 봤던 나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의 편견은 완전히 잘못됐다. 그는 ‘투자자’다. 정확히 말하면,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고자 한 투자자다.

그의 전략에 숨겨진 논리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

완벽한 타이밍이 생성되는 과정

주가의 상승

우선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실리콘투를 예로 들어보겠다.

시장에서 가장 퍼포먼스가 좋은 섹터를 주도 섹터, 그 중 상승률이 가장 높은 주식을 주도주라고 한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주도주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주가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면 좋은 실적이 나오기도 전에, 최악의 실적에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는 업계 관계자, 특히 업황 변화에 굉장히 예민한 업계 관계자들이다. 이들 투자자로부터의 매수 자금이 유입되며 주가는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한다.

실리콘투의 2023년 상반기 주가흐름을 보자. 2023년 5월 초 이전까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5월 초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한다. 급등의 배경에 대해 언론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시 뉴스 플로우를 보면 아래와 같이 단순히 2023년 1분기 호실적, 그리고 판데믹 이후 리오프닝에 대한 수혜로만 주가 상승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투 1분기 호실적의 진실은 K뷰티의 세계적인 유행,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단순한 일시적 업황 회복이 아니었던 것. 이 사실은 일반투자자가 알기는 어렵다. 아마 업계 내에서 화장품 등의 유통 업계에 미국 소매업에서 일하는 예민한 투자자 정도가 실적 상승의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했을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주가는 이 시점으로부터 고점까지 1년 반만에 약 10배 상승했다. 그러나 당시엔 주가가 이렇게까지 상승할지 알 수 없었다.

차익 실현의 본능

단기간 주가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차익 실현이다. 만약 내가 매수한 주식이 단기간 2-3배 오른다면? 당연히 투자자들은 수익을 실현하고 싶다. 지금까지 인내한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주식을 사면 보통 주가는 하락한다. 그 기간에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고통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이유 외에도, 주가 상승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가 상승으로 이전보다 주가 하락의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주가 급등 뒤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하는 현상은 어느 주식에서나 굉장히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실리콘투의 경우 주가가 2023년 4월 말 기준으로 향후 3-4개월 간 무려 세 배가 올랐다. 이후 매도세로 인해 주가가 6개월 이상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주가가 횡보한 이유는 앞서 말한 수익 실현의 욕구 때문이다. 때로 이러한 주가 조정은 6주 정도로 짧은 기간이 걸리기도 하나 1년 이상의 장기적인 물량 소화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기간 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정 기간동안 주가 흐름을 보면 고점 대비 저점의 주가 차이는 약 20% 정도에 불과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아치웠음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이다.

차익 실현이 물량이 해소되면 생기는 일

이때부터 주가는 4개월 간 5배 상승한다. 상승의 원리를 설명하자면 첫째, 매도세가 모두 소화되어 더 이상 주식을 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 실리콘투의 실적이 좋아 실리콘투 주식의 매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매도 물량을 해소한 뒤’ 신고가에 들어서면 매도 압력이 가장 적다. 팔 사람은 모두 팔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오르는 주가와 실적을 보고 많은 투자자들이 달려든다. 따라서 신고가를 넘어서는 순간, 그리고 실적이 뒷받침 되는 경우 엄청난 매수세로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이런 예는 비단 실리콘투 뿐만 아니라, 에코프로, 과거 F&F, 미국 주식의 경우 NVDA, TSLA 등 수도 없이 들 수 있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조정을 겪은 신고가 주식은 실적이 뒷받침 되는 경우 크게 상승한다.’

매도의 기술

정말 재미있는 건 매도다. 앞서 실적은 엉망이지만, 주가가 상승하는 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업에 종사하는 눈치빠른 투자자 덕분이다. 그런데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실적보다 훨씬 먼저 반응한다. 투자자는 시장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미래 실적의 악화를 예상한 눈치빠른 현업에 종사하는 투자자는 주가의 꼭대기에서 매도를 시작한다.

매수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 올라버린 주가 탓에, 그리고 이미 충분히 많은 투자자가 매수했기 때문에 주가는 더 이상 오를 힘을 잃는다. 자본의 크기는 끝이 없긴 하지만 적어도 매수에 대한 상대적 강도가 낮아진다. 줄어든 매수 대기 자본과 눈치빠른 현업 투자자의 매도의 조합으로 결국 주가는 조금씩 하락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하락을 기회삼아 매수에 나서긴 하나, 결국 이기는 건 단순한 ‘저가 매수’의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뒤늦은 투자자보다는 눈치빠른 현업 종사자들이다.

위의 실리콘투 주가 흐름에서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실리콘투의 주가는 최근 5개월 정도 횡보하거나 조금씩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위의 논리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 실리콘투의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예측하는 건 아니다. 건강한 조정을 겪은 뒤 다시 신고점을 돌파하며 실적이 나와준다면 실리콘투의 주가 상승은 충분히 가능하다. 단, 주가가 과거의 만원 수준에서 거래될 때보다 상승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만약 내가 2023년 5월의 시점으로 돌아가 실리콘투를 매수했다면 기껏해야 두 배 정도 먹고 나왔을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지지부진한 주가 하락은 겪지 않았을 것. 윌리엄 오닐 투자 전략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손절의 의미

사실, 몇 배를 먹고 나올 것이냐 하는 이야기는 배부른 소리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평가손익의 파란불에 굉장히 익숙하다.(원래 주식이란 사면 내린다.) 따라서 최적의 타이밍에 주식을 사서, 일단 빨간불을 만드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붉은색의 평가손익은 우리가 주식을 조금 더 오래 보유하도록 만든다. 심리적 안정감 덕분이다. 바로 손절의 힘이다.

손절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손절은 단순히 주가가 하락했다고 파는 행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 + ‘심리적 안정성’을 가져다 준다.

오늘 주가가 하락한다는 건, 어떤 이유에서건 기업의 미래 이익 전망이 적어도 ‘어제보다는’ 악화됐다는 뜻이다. 어제 5% 올랐던 A라는 주식이 오늘은 3% 내린다면, ‘아, 오늘은 어제보다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어제 -5% 내렸던 주식이 오늘 -10% 내린다면, ‘아, 어제 사람들의 생각보다 오늘 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악화됐구나’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시장 전반의 하락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주식 시장이 폭락한 이후, 대부분의 기업의 실적이 3-6개월 뒤 악화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도 러시아에 발을 사업부가 청산되거나 매각되며 대부분 실적이 악화됐다. 물론, 단기간의 실적 악화에는 하락한 주가가 다시 금방 회복된다. 하지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어떠한 한 이벤트가 실적에 미칠 영향의 ‘범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

윌리엄 오닐의 책을 읽고 나의 투자 철학 중 가장 크게 변한 점이라면, 시장을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는 시장에게 물어보자. 시장이 우선 피해 있으라고, 너의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한 기업이 좋을 것이라 매수했는데 주가가 하락한다면, ‘에휴, 바보 같은 놈들. 이렇게 좋은 주식을 팔고 있네?’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 이 사람들은 이 주식을 왜 파는거지?’라고 생각하며 많은 경우 이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

최적의 매수 타이밍

그러나 손절의 실행은 쉽지 않다. 만약 3%를 손절 포인트로 잡는다면, 많은 경우 주가는 손절 라인을 터치하고 매도된다. 손실이 확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닐은 매수 시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손절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의 실리콘투 차트를 보자. 실적이 잘 나오기 시작한 지 무려 1년이 지난 2024년 4월 말 시점이다. 주가는 이미 저점 대비 4배 이상 올랐을 때다. 주가는 2024년 3월 중순부터 다시 한 번 급등하며 1개월 만에 50%가 올랐다. 단기 급등 이후 투자자들은 수익을 실현한다. 그럼에도 4월 한달 간, 주가는 하락하지 않았다. 10-15% 수준의 조정이 있었을 뿐이다. 변동성도 점차 줄어들며 4월 29일, 실리콘투의 주가는 신고가를 돌파한다. 이때가 바로 최적의 매수 타이밍이다.

물론, 이때 매수를 해도 꽤 많은 경우에 주가는 다시 하락한다. 따라서 중요한 건, 손절의 빈도와 수익의 크기다. 흔히들 손익비라고 이야기하는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가급적 손절의 빈도를 낮추고, 수익의 크기를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주식을 신고가를 돌파하는 순간 매수해야 하는 것.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비교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최근 계속 좋지 않다. 반면 나스닥은 계속해서 오르는 중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물론, 금투세와 같은 정치적(?) 이슈도 있지만, 국내 주식 시장의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2차 전지의 부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대부분 최적의 매수 타이밍은 약세장에서 만들어진다. 바로 이 순간 수많은 주식이 상승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반면, 해외 주식은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 몇 주에 걸쳐서 계속해서 스크리닝 작업을 하고 있는데, 미국 주식의 경우 거의 걸려드는 게 없다. 실적이 없는 스타트업이나 바이오주 정도만 신고점을 돌파하려 하는 수준이다.(테스트 삼아 이들 기업도 소량 매수함) 이미 대부분의 실적 기업은 신고점에 신고점에 신고점을 기록해서 이제 막 신고점을 돌파하는 실적 좋은 기업은 거의 없는 상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향후 나스닥이 조정받을 때 국내 주식 시장도 일시적으로는 좋지 않겠지만, 종합적으로는 우리나라 주식에 더 많은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국내 주식의 특징과 실제 적용

그렇다고 윌리엄 오닐의 방법론을 바로 국내 주식에 적용하긴 어렵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국내 시장에서는 3년 이상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의 수가 굉장히 적다.(개인적으로 앞으로 경동나비엔이 그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따라서 투자자는 몇 안되는 기회를 기다릴 것이가, 아니면 이익의 주기가 짧더라도 단기 차익에 도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이익의 연속성이 짧은 만큼 주가의 상승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윌리엄 오닐 이론의 ‘원리’를 적용하여 짧은 주기라도 투자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자동 매수 예약 종목 중 체결된 국내 주식이 있어 잠시 짚고 넘어간다.

지누스는 현대백화점의 자회사로써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지금까지 실적은 엉망이었으나 2024년 3분기부터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에 맞게 주가도 오름세다. 2024년 8월 11,90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오늘(2024년 10월 23일) 22,150원까지 상승하며 전고점을 돌파했다. 단순히 전고점을 돌파했다는 것 보다도, 9월 중순까지 주가가 크게 올랐고 이후 1개월 간 수익 실현 매도 물량을 소화한 후 신고가를 기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오닐이 이야기한 미국 기업과는 다르게 지누스의 매출과 이익이 상승하는 추세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에서 빠르게 진입했다. 이보다 3% 정도 하락하면 손절할 계획이다. 만약 주가가 오르더라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 방망이를 조금 더 짧게 잡아야 한다. 물론, 급등에 급등을 이어간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이익 성장의 지속성이 짧고, 주가의 상승 폭도 마찬가지로 짧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조정을 겪은 신고가 주식은 실적이 뒷받침 되는 경우 크게 상승한다.’

이 한 문장으로 내가 이해한 윌리엄 오닐의 투자 전략을 모두 담을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이 한 문장은 나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식의 경우 조금 더 유연하게, 당장은 적자더라도 ‘단기 미래의 실적 성장’이 강하게 예측되는 경우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투자 중인 종목은 다음과 같다.

보유 중인 종목 현황

3% 이하로 수익률이 하락한다면 손절 처리가 될 것이지만, 단기간 내 15-3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실적이 잘 나온다면 더 오래 보유하거나 재매수 가능) 앞으로 이들 주가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그리고 이 전략의 성과를 블로그에 공유하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고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아래는 보유 기업들의 최근 100 거래일 주가 차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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