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스페이스는 어떤 회사?
필자는 지난 포스팅에서 스퀘어스페이스(이하 SQSP)에 대해 굉장히 좋게 평가한 바 있다. SQSP는 사업가에게 웹사이트를 쉽게 만들도록 해주고, 메일링, 도메인, 결제모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SQSP는 필자의 분석 결과, 비즈니스 모델이 굉장히 훌륭하고, 산업 전망이 매우 밝았다. 다만, 분석 당시 주가가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여 당장 모델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각종 경영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가 크게 상승했는데, 이 소식에 주가는 더 상승했다. 그런데 이처럼 실적도 좋고, 주식에 대한 컨센서스도 높아지는 경우,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로 먹을 게 없다. 특히 주가가 단기간 이미 크게 상승하는 경우에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하기 전,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의 단기전망 악화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 매수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쉽게도 SQSP는 필자에게 매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스퀘어스페이스 비상장으로 전환을 발표
어제 있었던 소식이다. 필자는 SA에서 블로그에 포스팅한 기업들의 뉴스를 팔로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SQSP의 비상장(private)으로의 전환이 발표됐다. SQSP는 미국의 전자공시 사이트인 SEC에 DEFA14A를 업로드했다. DEFA14A는 이사진의 구성이나 이사진의 경영상황을 알리는 문서다.
a shareholder’s main document to understand the composition OF THE BOARD OF DIRECTORS AND how they oversee the management of the company.
The Definition of DEFA14A, Investopedia.
공시된 DEFA14A에 따르면, Permira라는 글로벌 프라이빗 에쿼티 기업이 $6.9B으로 SQSP를 인수할 것이라 했다. CEO Anthonay Casalena는 CEO 직책을 유지할 것이며 나머지 경영진도 현재 직책을 유지한 채 근무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 주주들은 주당 44달러의 현금을 지급 받을 것이다. 이 소식에 SQSP의 주가는 어제 하루에 13.25% 올라 43.25 달러에 장을 마쳤다. 44달러가 아닌 43.25달러에 장을 마쳤다. 종가가 44달러가 아닌 이유는 두가지로 생각한다. 첫째는 44달러의 현금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화폐가치 하락 때문이고, 두번째는 아주 적은 가능성으로나마 비상장 전환에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비용이다.
비상장회사로의 전환, 왜 하는가? 그 이유.
우선, 왜 미국 기업은 IPO(기업 공개)를 진행하는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자. 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미국 기업의 기업 공개의 가장 큰 이유는 투자 비용 회수다.
스타트업 수준에서 사업가들은 사업 확장을 위한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투자 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투자를 받으며 창업주의 지분을 일정 부분 떼어 준다. “내 회사 지분의 10%를 줄테니, 100억을 줘.” 이런 셈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회사는 이제 “회사가 충분히 성장했으니 내 돈을 회수하게 기업공개를 하자”며 경영진을 설득한다. 직원들도 자신들이 받은 스톡옵션을 현금화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이 때 기업 공개를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당장 자금이 더 필요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 회사에 10% 지분을 팔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주식시장에 기업 지분을 매각하여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자금 확보를 위한 IPO는 비교적 적은 것 같다.
이런 과정으로 결국 기업 공개가 결정된다. 기업 공개를 하면 상장사가 되고, 상장사가 되면 생각보다 신경쓸 일이 많다. 매 분기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투자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애널리스트 관리도 해야 한다. 기업 내부 정보가 공시 전 유출되지는 않는 지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하고, 회계 장부도 정해진 법과 규칙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금전적 비용이며 경영진의 감정적 비용이다. 그래서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뒤, 경영이 안정화되면 다시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부실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간섭 받지 않고 회생 경영을 하기 위해 비상장기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SQSP의 경우에는 기존 투자자와 직원들이 기업 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했고, 보다 프라이빗한 경영을 위해 비상장으로의 전환을 선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투자 기회에 대한 필자의 의견
SQSP를 만약, 첫 포스팅을 올릴 당시 바로 매수했더라면 어땠을까? 필자는 2024년 5월 2일에 SQSP에 대한 첫 포스팅을 업로드했고, 당시 주가가 32달러다. 44달러에 매도하면 37%의 수익률이다. 무려 12일만에 얻을 수익으로 생각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수치다.
사실 SQSP의 주식을 매수하지 못해서 아쉽다. 어쩌면, 워렌 버핏의 말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예측 없이 적절한 가치에 평가되는 주식을 그 즉시 사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SQSP의 경우에도, 첫 포스팅을 작성할 당시 FWD PE 28에 거래되고 있었다. 높다면 높은 PE지만, 고성장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높은 가격도 아니었다. 그때 매수 했었어야 할까?
그러나 시장은 고성장 기업의 성장이 늦어질 때, 그 기업을 철저히 외면한다. 리스크를 고려하여 매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SQSP의 성장성을 조금 더 높이 평가했어야 한다는 후회는 어떻게 보면, 결과 오류(Outcome Bias) 인지도 모르겠다. 결과만 가지고 과거 판단을 평가하는 인지 오류다.
단, 앞으로도 필자는 기업 분석을 마치자 마자 주식을 사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리 기업을 살펴본 결과가 좋아도 사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주식을 분석하자마자 사는 것에는 몇가지 명백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섣부르게 주식을 매수해선 안된다. SQSP 투자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나의 기본적인 매수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은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