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RH)은 어떤 기업?
RH는 전설적인 CEO Gary Friedmann이 경영하는 럭셔리 가구 전문 기업으로 지난 포스팅에서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 당시 자산 가치 상승으로 많은 부자가 탄생했고 그로부터 직접적인 수혜를 봤던 기업이다. 늘어난 자산가치 덕분에 신흥 부자들은 럭셔리 하우스를 활발하게 거래했고, 새롭게 구매한 고급 주택에 호화로운 가구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시대적 훈풍을 받아 매출은 급격하게 올랐다. RH의 주가도 2020년 3월 저점($80) 대비 8배 이상($700) 올랐다. 폭발적인 주가 상승에는 워렌 버핏의 영향도 있었다. 2019년 11월 경, 버크셔 해서웨이는 RH에 $206m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워렌 버핏이 또 한 번 옳았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오르고, 그 결과 자본 시장이 침체되고, 고가 주택의 거래량이 감소했고 자연스레 럭셔리 가구의 수요도 급감했다. RH의 매출과 이익은 하락했고 낮은 매출과 이익 가이던스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그 결과 향후 1년 간 주가는 $700에서 $200 초반까지 무려 70% 하락했다. 심지어 워렌 버핏도 2023년 5월 RH의 주식을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매도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RH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격 결정력을 유지할만한 충분한 경제적 해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Fiscal 2024 1분기 실적 발표
RH의 주가가 고점 대비 70% 하락한 이후 RH 주식을 매수하기로 한 투자자들의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턴 어라운드“다. 일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가이던스가 하향되고, 주식에 대한 센티먼트가 최악인 시점에 투자하는 이유는, 곧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주가의 바닥을 잡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RH는 3일 전(2024년 6월 13일) fiscal 2024 1분기에 대한 실적을 발표했다.
기대와 달리, 실적 발표에 대한 주가의 반응은 참혹했다.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17.08%로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실적 발표 당일 17%의 하락은 생각보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최근 수년 간 보여준 RH의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매우 실망스러웠다. RH 투자자들은 이미 수년간 “턴어라운드가 임박했다”며 주가의 반등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가이던스와 시장의 불신
폭락한 주가에 비해 가이던스는 생각보다 낙관적이었다. 경영진은 실적 발표일 공시한 8-K에서, 2025년 1월 종결되는 fiscal 2024에 대한 full-year 매출이 전년도 대비 8-10% 증가할 것이며, adjusted EBITDA margin이 18-19%를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로 RH 투자자들이 기다리던 턴어라운드의 신호였다. 참고로 RH는 2022년 1월 29까지의 실적이 포함된 fiscal 2021 10-K 이후 매출이 2년 이상 계속해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이어진 실적 하락이 끝나고 fiscal 2024에는 매출이 10% 성장(반등)할 것이라는 가이던스에도 투자자들을 달래지 못한 것이다.
시장이 RH의 가이던스를 믿지 못하는 이유를 Wedbush의 애널리스트 Seth Basham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아래 의역)
“산업의 거시 환경이 좋지 않다. 게다가 경영 리스크를 고려할 때 전례 없는 많은 신제품 출시, 마케팅, 새로운 갤러리 개장으로 실적이 fiscal 2024의 하반기에 급격하게 반등해 매출 성장 10%를 기록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는 달성하기 힘들어 보인다.”
즉, 경영진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시장에서는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의 현황
그런데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RH의 실적은 고급 주택 거래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급 주택을 새로 사면, 집에 들어가는 입장에서 고급 가구를 사서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브로커 및 모기지 전문 기업인 레드핀에 따르면, 2024년 1분기(1-3월) 미국 고급 주택의 거래(sales)는 yoy로 2% 증가했다. 전체 주거용 부동산 거래가 4% 감소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30년 장기 모기지의 금리가 7%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류층은 고급 주택을 저가에 현금으로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RH와 같은 고급 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위와 같은 산업의 긍정적인 흐름에 큰 수혜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단, 컨콜에서 Citi 애널리스트, Steven Zaccone이 RH 경영진에게 정확히 위 데이터에 대해 질문했다. 고급 주택 시장이 조금 살아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느냐 물은 것이다. 질문에 대해 CEO Gary Friedmann은 “분석하는 주체에 따라 다 데이터가 다르다. 나는 어떤 데이터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우리가 느끼기에 지금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따라서 위의 산업 리포트만 보고 RH를 덜컥 매수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떨어지는 칼날 잡기와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
RH 주식을 매수해도 될까? 이 질문은 결국 해묵은 논쟁으로 이어진다. 성장하는 기업의 주식이 급격하게 상승 추세에 있더라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해야 하는가? 실적이 하락하고 전망이 최악인 기업을 턴어라운드가 임박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매수해야 하는가?
물론, 성장할 주식을 남들보다 일찍 발견하여 매수하고, 매수하자 마자 주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가 최상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떨어지는 칼날을 잡던지, 달리는 말에 올라타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꼭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흑백으로 나누자면 모든 케이스는 떨어지는 칼날 아니면 달리는 말로 나눌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경우 수익률이 좋았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본능에 반대되는, 상대적으로 불편한 선택을 해야 성과가 좋은데, 하락한 주식을 사는 게 대체로 마음이 더 편하다. 오르는 주식을 사는 건 굉장히 심적으로 불편하다.
같은 이유로 오르는 실적과 가이던스에 대해 시장이 충분히 빠르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차트만 봐도 보통 그렇지 않은가? 오를 때는 천천히 오른다. 반면, 주가가 내릴 때는 굉장히 빠르게 내린다.
또한 산업의 트렌드도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아직은 RH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고급 주택 시장이 회복되는 신호가 비교적 명확해 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봐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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