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Rx Holdings, Inc.(GDRX) 소개
GoodRx Holdings, Inc.(이하 GDRX)는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한마디로 표현하면, 처방전으로 약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카드를 소비자(환자)에게 판매,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러한 설명은 GDRX의 비즈니스를 너무 단순화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단순한 것으로 시작해, 심층적인 부분으로 설명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더 정리하기도 쉽고, 기억에 더 잘 남는다고 본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GDRX의 사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단일 건강보험공단과 민간의 병원, 약국, 그리고 소비자로 비교적 산업 구조가 단순하다. 민간 보험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스템은 보다 자율적이며 시장에 맡기는 식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시스템에 너무 익숙한 한국인은 미국 시스템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잘 설명해보려 한다. 어차피 내가 지금처럼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해도 3개월, 6개월 지나면 어차피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질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나를 위해서 작성한다는 생각으로 요약해본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 그리고 PBM
산업의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다섯 가지의 이해 관계자를 암기해야 한다.
- 제약회사(약 제조사)
- 보험사
- PBM(Pharmacy Benefit Manager)
- 약국
- 소비자(환자)
필자의 생각으로 미국의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국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편하다. 약국의 입장에서 이 시스템을 이해해보자. 미국의 약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약국은 CVS, Walgreen 등의 대형 기업이 주로 운영한다. 약국에서 다양한 상품(칫솔, 치약, 과자, 심지어는 담배)을 판매하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처방 의약품에 대해 조금 집중해서 살펴보자. GDRX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약국은 총판(wholesaler)을 거쳐 제약회사로부터 약을 구매한다. 총판은 다양한 제약회사로부터 약을 구매해 약국에 납품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제약회사가 A라는 약을 100원에 판매한다고 하자. 중간 업체인 총판은 원가에 자신의 마진을 붙여 200원에 약국에 판매한다. 약국은 이제 200원에 산 약을 고객(환자)에게 얼마에 팔지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가능하면 비싸게 팔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도 안된다. 다른 약국과의 경쟁도 있기 때문이다. 200원에 산 약을 무작정 20,000원에 판매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적당히 400원 정도에 판매하기로 한다.
400원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다. 그런데 보험이 적용되는 경우 약국은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 보험사와 제약회사 사이에서 약가 협상을 한다. 그런데 이 협상 과정에서 PBM(Pharmacy Benefit Manager)라는 기업이 등장한다. PBM은 보험사 측의 협상 대리인(기업)이다. PBM이 존재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보험사가 각 제약회사 하나하나와 만나서 약가 협상을 하기는 너무 번거롭고, 반대로 제약회사가 각 보험사를 하나하나 만나서 협의하는 것 또한 굉장히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PBM이 대리인 역할로써 여러가지 약에 대해 각각의 제약회사와 협의한다.
협상의 결과 A약의 가격을 ?원으로 협의한다. 필자가 이 약의 가격을 물음표로 작성한 이유는 이 가격이 PBM의 영업기밀이기 때문이다. A약, B약, C약 모두 각 제약회사와 협의하고 각각의 가격이 책정된다. 각 약에 대한 협상 결과 리스트를 ‘Formulary’라고 한다. Formulary는 영업 기밀로써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 환자가 약국에 A라는 약을 사러 왔고, 앞서 말했듯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경우 약국이 정한 가격으로 약을 사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약이 보험 적용을 받을 때다. 우리나라처럼 보험이 있는 환자는 환자가 약 값의 전액을 부담하지 않는다. 약 값의 일부를 보험사에서 부담하고 남은 금액만 본인이 부담한다.
다시 약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보험 적용이 안될 때는 단순히 약국에서 책정한 400원에 약을 판매하면 된다. 그런데 보험 적용이 되는 경우, 약국은 PBM으로 부터 정한 약 값 ?의 70%를 보험사로부터 받고, 30%를 환자로 부터 받는다. 핵심은 약 값 ?가 제약회사와 PBM 간의 협상된 적정 가격과 약국이 임의적으로 정한 400원 중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와 PBM 사이의 협상 결과 약가가 500원으로 정해졌다고 하자. 약국이 스스로 정한 400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이때 환자가 약을 구매하면 PBM은 500원과 400원 중 더 낮은 값인 400원에 대한 70%만을 약국에 지불한다. 400원의 70%인 280원을 받은 약국은 생각한다.
“아 그냥 400원 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다고 할 껄! 1,000원에 판다고 했으면 돈을 더 받았을텐데”
이 경험을 통해 약국은 가급적 약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게 유리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약국은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경우 1,000원에 판매하기로 한다. 결국 약국 입장에서는 이렇게 가급적이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게 유리한 셈이다.
더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GDRX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여기까지만 정리한다.
GDRX의 비즈니스 모델
바로 이 시점에 GDRX가 등장한다. GDRX는 약국에게 그렇게 무리한 가격(1,000원)을 책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한다. 환자가 약을 결제할 때마다 얻는 정보로 각 약제에 대해 제약회사와 PBM이 협상한 가격, 즉 ‘Formulary’에 대한 추정치가 있고, 그 추정치와 유사하게 가격을 고시하면, 보험 적용이 안될 때 판매하는 약의 가격을 낮출 수 있으므로(1,000원 -> 500원) 고객의 방문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 설득하는 것이다. 약국이 400원으로 가격을 설정했을 때 손실을 봤겠지만 그렇다고 1,000원은 과도하며, 제약회사와 PBM의 협상 가격보다 조금 높은 550원 정도로 설정하면 적정할 것이라 설득하는 것이다. 대신 약국은 결제 과정에서 일부 수수료를 GDRX에 지불하면 될 일이라고 설득한다.
고객이 약국에서 GDRX의 플랫폼을 이용해 약을 구매하면 PBM 또한 약국에서 결제된 금액 중 일부를 받는다. 자신의 기밀 정보 중 일부를 GDRX에 제공한 댓가다. PBM 또한 위의 비즈니스로부터 적절한 이익을 본다. 자신의 협상 가격에 대한 힌트를 공개한다고 해서 협상력이 더 낮아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BM 입장에서는 용돈벌이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GDRX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PBM에게는 용돈벌이, 약국에는 더 많은 고객 트래픽, 의사와 환자에게는 더 낮은 금액으로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의 영상과 이 링크를 참조하자.
2022년 GDRX의 위기
2022년 5월, 미국의 대형 체인 Kroger는 갑자기 Kroger가 운영하는 약국이 더 이상 GDRX의 할인 쿠폰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수수료율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주가가 하락하던 GDRX의 주가는 Kroger의 계약 중단 소식에 큰 폭으로 폭락했다. 계약 중단으로 인해 전에 제시한 가이던스를 취소하고 추가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2024년 5월 15일 Kroger는 GDRX와 다시 계약을 연장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에 따라 5/15에 GDRX의 주가는 약 8% 상승했다.
구독과 신규 사업
GDRX는 단순히 할인 쿠폰 사업 외에도 구독 서비스도 제공한다. 구독을 하지 않아도 할인 쿠폰으로 GDRX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예를 들어 Gold를 구독하면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내고 더 다양하고 폭넓은 할인을 받는 식이다. 구독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할인 쿠폰을 이용해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게 되면, 다음 같은 약을 구매할 때 자동으로 할인이 적용되며 환자가 결제한 금액의 일부가 약국으로부터 GDRX에 전달된다.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재구매라는 안정적 매출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된다.
위 차트는 ‘Monthly Active Consumers’로써, GDRX의 비즈니스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매달 한 번이라도 GDRX의 플랫폼을 이용한 사용자의 숫자다. 하나의 분기가 3개월이므로 3개월 평균 값이다. Kroger와의 계약 중단으로 2022년 1분기 큰 하락을 경험했지만 다소 횡보하는 듯 하다가 최근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신규 사업이다. 위 비즈니스 모델에서 설명했듯, GDRX는 PBM의 정보를 이용해 약국과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제는 제약회사와 직접 거래하기도 한다. 제약회사는 어떻게든 약을 더 팔아야 하기에, GDRX의 고객층에게 무료로 1개월 치 약을 테스트 해볼 수 있도록 하거나 기간 제한 할인된 가격에 약을 판매하는 것이다. GDRX가 그만큼 넓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이며, 규모의 경제다. Cross-selling을 통해 더 많은 매출이 기대된다.
주의사항
혹시 GDRX가 마치 엄청난 미국 의료시스템의 혁신자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어 추가 설명을 첨부한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GDRX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용자는 GDRX의 앱을 이용해서 자신이 복용할 약을 입력하면 GDRX의 앱은 사용자의 거주지 주변에서 입력한 약을 판매하는 약국 중 저렴한 곳을 목록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 목록에 있는 약은 대부분 제너릭 약, 즉 카피약이다. 카피약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약을 추천해주는 것 같다. 따라서 GDRX가 마치 굉장히 강력하고 수익성도 좋은 약을 말도 안되게 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둬야겠다.
카피약도 사실 생동성 실험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약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사와 환자는 오리지날 약을 선호한다. 직접 처방해보면 조금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느낌일 뿐인지 실제로 그런지는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실적과 가이던스
GDRX의 최근 실적을 보자. 2022년에 있었던 Kroger와의 계약 중단 및 Kroger Savings라는 구독 매출의 중단으로 매출은 다소 정체되는 모습이었으나 2024년부터는 다시 매출이 8%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8% 상승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는 2024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공개한 것이며 이전 분기(2023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발표했던 매출 가이던스($800m, 6.6% 성장)보다는 조금 상향된 수치다.
흥미로운 사실은 2023년 실적과 그에 대한 가이던스 변화다. 2023년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는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때부터 제시됐는데, 2023년 1분기, 2분기, 3분기로 진행함에 따라 가이던스가 계속해서 조금씩 하향됐다. 경영진이 첫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Kroger와의 거래 중단으로부터 예상되는 실적 감소 영향을 축소해서 공시했던 것이다. 아니면 Kroger와 재계약에 금새 성공할 거라는 가능성을 과대평가 했을 수도 있겠다.
경영진이 Kroger로부터의 악영향에 대해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심에 집단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의 소송, 특히 경영진의 불성실공시에 대한 소송은 대부분 로펌의 돈벌이 수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핵심은 경영진이 나쁜 소식을 단 번에 전달하지 않고 점증적으로 공개했다는 것이고, 이것은 앞으로 경영진이 공개한 어떤 악재가 있을 때 그 악재가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의미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GDRX의 주가 전망, 밸류에이션 및 의견
GDRX의 주가는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현재 $7.80에 거래되고 있으며 FWD PE 75.86, PSR 4.12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지만, 상대 평가 지표인 PER과 PSR을 보면 여전히 굉장히 높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언급했던 턴어라운드에 대한 시장의 기대다. 주식 시장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그 기업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주가는 2021년 2월 고점 $56로부터 88% 하락한 상태이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시장은 여전히 GDRX의 미래를 꽤(어쩌면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GDRX의 주가에 대해 무조건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GDRX의 비즈니스 모델은 충분히 혁신적이다. 한 번의 커다란 역경을 겪었지만, 그 경험으로 GDRX는 더욱 단단해졌다. 게다가 경영진은 2024년부터는 성장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한 상태이며, Kroger와의 재계약으로 그 가시성이 더 확보됐다. 특히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열린 Investor’s day 행사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이 연달아 GDRX의 목표가를 상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놀라울만큼 생각보다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마 여전히 시장에서는 GDRX 비즈니스의 영속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PBM이 GDRX에 정보 제공 댓가를 올리거나, Kroger와 같은 약국 체인이 GDRX의 과도한 수수료를 이유로 이전처럼 고객의 이용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GDRX에 대한 총평은, Hold다. 지금의 주가 즉, FWD PE 75와 PSR 4.12는 위에 언급한 GDRX의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GDRX의 비즈니스 자체는 굉장히 혁신적이다. 현재 미국에서 PBM에 대한 여론이 썩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미국 가계에서 느끼는 의료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빠르게 커져가는 상황에서 당장 GDRX에 큰 악재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기업에 특별한 악재 없이 주가는 꾸준히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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