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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베거 발굴 프로젝트 – ANF 기업 분석, 아베크롬비 브랜드, 1년 반 만에 10배 상승

두번째 기업 분석에 들어가며

텐베거 발굴 프로젝트 두번째 기업이다. 이 기업을 소개하기에 앞서, 두번째 텐베거 발굴 프로젝트 기업을 분석하며 느낀 점을 먼저 이야기 하겠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지난번 Celestica, inc.(CLS)라는 기업 분석에서 CLS를 살펴보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시장이 좋게 평가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 가이던스를 상향하기 시작 할 때, 그리고 상향의 배경이 산업의 메가 트렌드와 관련있을 때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것 같다.

내분비내과의사

그런데 이번 기업 분석을 하며 항상 그렇지는 않다고 느꼈다. 위 결론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B2B 기업에서 텐베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이다. 시장이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건, 이익률이 낮거나 경기변동형 기업이라는 뜻이다. 산업의 메가 트렌드에 편승하려면 B2B 기업 중에서도 서비스가 아닌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기업은 B2C 기업이면서, 소비재 기업이다. CLS와는 비즈니스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CLS와 유사한 점도 보인다. 이번 포스팅을 읽으며 바로 CLS와 어떻게 다른지, 얼마나 다양한 기회가 바로 우리 눈 앞에 있는 지 한 번 느껴보도록 하자. 참고로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소름이 돋고 있다. 이 기업은 생각보다 우리 코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Abercrombie & Fitch(ANF) 소개

Abercrombie & Fitch(이하 ANF)는 패션 기업이다. 80, 90년대 생이라면 아베크롬비는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브랜드다. 미국에서는 1990년 대와 2000년 대에 미국 전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꽤 유명한 브랜드일 것이다. ANF는 아베크롬비 브랜드와 홀리스터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아베크롬비 광고

이 중 아베크롬비 브랜드는 상의를 탈의한 젊은 남성을 모델로 과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의 노스페이스처럼 미국에서 쿨한 고등학생이 입는 브랜드로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아베크롬비는 미국의 쿨한 고등학생의 상징이 되었다. 얼마나 그 정도가 심했냐면, XL, XXL 사이즈는 출시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잘 나가던 브랜드도 영원하진 못했다. 2008년 경기가 악화되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H&M, 유니클로와 같은 기업이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ANF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1990년, 2000년대생이 성인이 되고 경제력이 생겨서였을까? MZ가 성인이 될 무렵인, 2021년 판데믹 종료를 기점으로 아베크롬비는 다시 인기를 끌었다. 아베크롬비의 매출은 2021년부터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2022년에도 10-20%의 속도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아베크롬비의 성장을 간단히 무시했다.

위 차트를 보자. ANF의 차트다. 2021년 동안 잠시 상승하는 듯 하던 주가는 2022년 다시 하락한다. 재미있는 건 2020년을 바닥으로 2021년, 2022년 매출이 거의 단 한 분기도 빠짐 없이 아베크롬비 브랜드의 매출이 10% 내외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22년 말, 투자자는 ANF의 주식을 PER 10-15 수준으로 매수할 수 있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지난 번처럼 이번에도 이 주식을 매수하기 최적의 시점이었던 2023년 4월의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2023년 4월의 시점에서 보는 ANF

위는 2023년 4월의 시점에서 본 ANF의 차트다. 주가는 차트의 맨 우측 시점으로부터 13개월 간 약 6.8배 상승한다. 보기 드문 엄청난 주가 상승이다. 주가 급등하기 직전의 시점에서 ANF를 분석해보자. 다음은 2023년 3월 28일에 공시된 2022년 10-K를 발췌한 내용이다.

ANF 경영진은 2022년에는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락다운 해제로 코로나19 감염이 조금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어렴풋한 필자의 기억이지만 당시 언론은 2차, 3차 변이로 판데믹이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다소 과장해서 보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침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ANF는 59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고, 26개의 매장을 닫았다.

ANF는 직영점도 700개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10개의 홀세일 파트너쉽으로 자사 제품을 유통한다.

16개 국가의 119개 벤더를 보유하여 상품이나 원재료를 구하고 있다. ANF의 가장 큰 벤더는 ANF 전체 상품 중 12%를 공급했다.

계절 변동성은 심하진 않다. 굳이 꼽자면,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수요가 많은 편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아베크롬비 브랜드 전체 매장 수는 조금 늘었다. 미국에서 7개, 인터네셔널에서 2개 증가했다. 반면 매장 크기는 조금 축소된 모습이다.

흥미로운 건 전체 매출(Net sales)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홀리스터 브랜드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CLS와 같이 사업 부문 일부에서의 성장이 다른 부문에서의 역성장으로 가려진 것이다. CLS의 경우 데이터 센터의 성장이 다른 사업 부문의 저성장으로 과소평가 됐었다. ANF의 경우, 아베크롬비의 성장이 홀리스터의 부진에 가려졌던 것이 아닐까?

전체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크게 줄었다.

전체 이익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매출원가의 상승이다. 원인은 물류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환율의 영향도 조금 있었다. 투자 경험이 조금 있는 독자는 금방 눈치 채겠지만 물류와 환율과 같은 문제는 결국 해결된다.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 비용 증가 문제는 분석 기업 본연의 가치와는 큰 상관이 없다.

Normalized Diluted EPS, ANF, SeekingAlpha

이 점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는 이 시점에서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전체 매출이 유지되는 상황, 아베크롬비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물류 문제로 이익이 줄었다. 이점을 감안하면 2022년 EPS를 우리는 2021년과 같은 $4.20 정도로 봐도 되지 않을까?(위 전체 Summary of Results 테이블의 맨 아랫부분 참조) 당시 주가는 16달러 수준이었다. PER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위의 차트를 보면 알겠지만, 2019년만 해도 아베크롬비는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2020년에는 판데믹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12% 크게 역성장했다. 2021년 아베크롬비와 홀리스터는 기저효과로 인해 크게 성장했다. 이때만 해도 투자자는 아베크롬비의 성장을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반등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2022년 이전의 상황

투자 전 기업을 분석 할 때 최근 연도의 상황만 보고 분석을 끝내진 않는다. 1-2년 전의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우리는 지금 2023년 4월,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의 시점에서 ANF를 분석하고 있다. 위에서는 2022년 10-K를 살펴봤으므로 2022년 이전의 상황도 확인해야 한다. 2021년 10-K부터 2022년 1분기, 2분기, 3분기 10-Q를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자.

2022년 3월 말 공시된 2021년의 실적은 2020년 판데믹의 기저효과로 크게 상승했다. 단기적 반등으로 판단한 탓인지 ANF 경영진은 매장도 전혀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아베크롬비 전체 매장수는 감소했다.

Fiscal 2022년 1분기에 홀리스터는 성장을 멈췄으나 아베크롬비는 13% 성장했다. 경영진은 이때까지도 아베크롬비 매장을 늘리지 않고 오히려 축소했다.

2022년 2분기에도 아베크롬비는 성장했다. 홀리스터는 -15%로 크게 역성장 했으나 아베크롬비는 5%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ANF 경영진은 아베크롬비 메장을 늘리지 않았다.

2022년 3분기다. 이번 분기에도 홀리스터는 역성장하는 가운데 아베크롬비는 10% 성장했다. 아베크롬비의 수요를 감지한 경영진은 2022년 3분기부터 매장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고, 매장이 늘어나는데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 리가 없다. 안그런가?

홀리스터도 매장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건 조금 의외다. 역성장 중에 매장을 늘리는 건 논리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무언가 큰 변화를 감지했었나?

다시 앞에서 봤던 2022 10-K다. 앞서 1, 2, 3분기 이후 마지막으로 공시된 10-K다. 한 해동안 아베크롬비는 11% 성장했고 홀리스터는 -9%로 역성장했다. 매장의 수는 홀리스터와 아베크롬비 둘다 크게 늘었다.

다시 한 번 2023년 4월의 시점에서

다시 2022년 실적이 발표된 2023년 3월 말 이후의 시점으로 가보자. 주가는 25달러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의 흐름에는 모멘텀이라는 게 있다. 주가가 오르는 주식이 한동안은 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모멘텀이라는 것이 실적에도, 비즈니스에도 존재한다면 성장하는 기업은 적어도 한동안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실적 모멘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2023년 4월 ANF 주식을 사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베크롬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홀리스터의 부진에 가려졌을 뿐이다. 매장도 늘어나고 있었다. 수요가 늘고, 매장이 늘면, 매출과 이익은 늘어나게 돼있다. 그렇다고 부진했던 홀리스터가 적자를 내고 있던 것도 아니다.

만약 아베크롬비의 성장이 계속될거라 생각한다면 2023년 3월 말, 4월 초 PER 4-5 수준의 ANF에 투자하는 건 너무 쉬운 결정 아니었을까? 심지어 경영진은 2022년 4Q 컨콜에서 2023년의 매출이 2022년보다 1-3%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2022년의 매출 증가율 0%보다 개선된 수치다. 2022 4Q 컨퍼런스 콜에서 2023년 가이던스를 상향했던 것이다.

이후에 벌어진 일

다음은 2023 1분기 10-Q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최적의 매수 타이밍 바로 다음 분기인 2023년 1분기에도 아베크롬비는 계속 성장했다. 홀리스터는 역성장했다.

무슨 일인지 2023 2분기부터 테이블로 예쁘게 공개하던 영업점 출점과 폐점 내역이 없어졌다. 대신 텍스트로 제공했다. 아베크롬비는 계속 성장했다. 심지어 더 빨라졌다. 실적 모멘텀이다. 이제부터는 홀리스터마저도 성장하는 모습이다.

2023년 3분기, 두 브랜드 모두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아베크롬비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위 테이블은 2023 10-K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테이블로 제공되는 매장 수 정보는 10-K에서만 공개하기로 한 것 같다. Fiscal 2023동안 실적은 두 브랜드 모두 성장했다.

아베크롬비의 귀환, 영상

다음은 아베크롬비의 귀환에 대한 영상이다. MODERN MBA라는 채널인데 최근 구독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영어이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가 주목할 부문은 영상이 업로드된 날짜다. 이 영상은 2023년 4월 19일에 업로드됐다. 이 영상을 보고 ANF를 매수했더라도 투자자는 여전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그만큼 ANF 투자기회는 투자자들의 코 앞에 있었다. 단지 홀리스터의 부진과 과거의 실패라는 누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ANF의 결말과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

2023년 4월 초 이후 ANF의 주가는 무서운 속도로 상승한다. 다소 늦게 $30에 ANF에 투자했다고 해도 1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5배가 올랐다. 2023년 4월, 투자자는 ANF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홀리스터는 부진했지만, 아베크롬비의 성장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 유튜브 영상에서도 인터넷 기사에서도 아베크롬비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 것. 경영진이 fiscal 2023에 대한 가이던스를 상향한 것. 시장에서는 이런 정보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번 ANF 분석을 통해 크게 느낀 것이 있다. 지금까지 분석한 두 기업의 사례에서 찾아낸 공통점이기도 하다.

급등하는 주식의 조건 중 하나는 저 PER 주식인 것 같다. 두 기업 모두 PE 10 내외에서 거래됐다. 물론 두 기업 모두 저평가됐던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기업은 계속해서 성장했고 곧 시장은 기업의 성장 가치를 정확히 반영했다.

두번째 조건은 주식 시장의 센티먼트다. 5배 이상의 급등에는 나스닥이나 S&P500의 상승이 필수적인 것 같다. 주식 시장이 크게 상승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완만한 상승이어도 충분하다. 두 기업 모두 상승장에서 5배 이상의 수익이 났다. 고금리 우려로 인해 시장 센티먼트가 좋지 않았을 2022년 말까지 두 기업의 주주는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돌아서고, 모든 기업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가는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세번째 조건은 한 사업부(segment)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급등주 상승의 첫번째 조건에 어쩌면 포함되는 얘기다. 투자자가 급등주를 찾기 위해서는, 기업 전체 매출을 봐서는 안되는 것 같다. 안된다기 보다 너무 전체만 보면 급등주를 찾을 확률이 낮은 것 같다. 하나의 사업부가 성장하고 있고 그 성장의 트렌드가 적어도 2-3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급등주를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네번째 조건은 낮은 시가총액이다. 시가총액 $100B이 단기간 10배 상승하여 $1T가 되긴 어렵다. 두 기업 모두 $1-5B의 작은 기업이었다. 같은 속도로 성장하더라도 시장에서는 단순히 시가총액이 높다는 이유로 PER를 높게 주지 않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조금 더 많은 기업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 하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수 타이밍에 대한 생각이다. 필자의 매수 타이밍에 대한 생각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크게 바뀌진 않았다. 여전히 좋은 기업을 장이 좋지 않을 때, 하락 할 때 사야한다고 생각한다. 실적 상승에 설레임을 느끼고 상승하는 주식을 매수하면 안되는 것 같다. 주식 시장이 좋을 때 매수하면 ANF를 2022년 중순에 매수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ANF의 실적은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2022년 고점($47)에서 2022년 말 $14까지 하락했다. 누군가는 이런 이유로 충분한 상승세를 확인하고 나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상승세가 시작되고 나서 사면 2022년 고점에서 모양새가 될 수 있다.

p.s.) 이번 포스팅에서 컨퍼런스 콜 내용을 발췌해서 업로드 하진 않았다. 이유는 포스팅이 너무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컨콜 내용이 10-Q, 10-K에서 공개한 것 이상의 정보는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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