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추종 전략과 나
최근 윌리엄 오닐과 마크 미너비니의 책을 읽으면서 추세추종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지금까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을 이해하고 투자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딱히 큰 수익을 보지 못했다. 아마 내 리서치의 깊이가 충분히 깊지 않았기에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성격이 급하다. 나는 내가 주식을 사면 당장 수익을 냈으면 좋겠다. 그 수익이 두 배, 세 배는 아니더라도 당장 빨간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투자자들은 성격이 너무 급한 나머지 이 종목, 저 종목을 기웃거린다. 약간의 ADHD의 성향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투자자는 결국 큰 수익을 내지 못한다. 좋은 종목을 저가에 사서 기다리면 되겠지만, 기다림의 대가를 얻기엔 너무 성격이 급하다. 투자는 ‘올바르게’ 하기도 해야 하지만, ‘나에게 맞는 투자 전략’을 정하는 것 또한 너무나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한 꾸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맞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에게 맞는 전략이란
최근 국내 주식으로 트레이딩을 조금 하고 있다. 그런데 성과가 생각보다 좋다.
우리나라 주식의 트레이딩은 미국 주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방망이가 훨씬 짧아야 한다. 산업의 크기도 작고, 투자자들의 인내심도 짧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라고 하기 보다는 기대값이 1 이상 나오는 통계적 유의성을 찾는 게임에 가깝다. 나에겐 이런 방식이 더 맞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통계를 내서 전략을 세우진 않는다. 그보다는 여러가지 전략을 시도해보고, 플러스 수익이 꾸준히 나오는 곳에 나의 자본과 관심을 점차 이동시킨다. 그 전략이 틀린 것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그러니까 ‘Trial and Error’ 전략이다.
최근의 국내 투자 경험으로 얻은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분석하여 통찰을 통해 미래에 대한 객관적 진리를 깨닫는 것에 굉장히 약하다. 차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기억력이 좋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당장의 선택지 중에 최적의 답을 찾는데에 훨씬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이다. 나는 타고난 전략가라기 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에 더 가깝다. 따라서 투자도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딱 맞는, 추세추종 전략이다.
추세추종 전략의 핵심
이 전략의 핵심은 나의 주관이 최소한으로 개입된다는 것이다. 어떤 주식이 유망한가? 어떤 기업이 유망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가 내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시장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에 집중한다. 시장의 답을 기다려, 그 흐름에 빠르게 올라탄다.
“세상은 틀렸고, 나는 맞다”는 사고 방식은 정말 위험하다. 20대 시절엔 모르지만, 30대가 되면 안다. 세상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결국 내가 그 세상에 적응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세상과 홀로 싸우며 힘든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투자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내가 맞기도 하지만, 보통은 어른들 말씀이 맞지 않던가. 세상과 싸워 이기는 사람은 정말, 정말 소수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대다수가 세상과 싸우려 들지만 결국 이기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 치열한 전투에 동참하는 것 보다는 세상의 흐름에 맡겨 기회주의자적 마인드로 투자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심지어는 수익성도 더 좋은 것 같다. 윌리엄 오닐과 마크 미너비니, 그리고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 철학의 핵심은 이렇듯 시장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의 현황
이러한 나 자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나는 추세추종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계좌를 1-2주 전에 개설했다. 천만원 정도를 환전했고, 위와 같은 주식에 투자했다. 지금은 불과 1주만에 수익이 조금 나서 총 1,200만원이 조금 안된다. 위의 평가 금액은 10,732,762원으로 나와 있지만 아래와 같이 현금으로 $956.49(T+3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종목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며, 트럼프 당선으로 직간접적인 수혜를 보는 종목에 투자했다. 물론, 그 수혜 여부는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평가한 것이다. 시장의 흐름에 빠르게 편승한 것이다. 결국 거의 2-3일 만에 15%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앞으로의 계획
우선 한동안은 이 프로젝트에 전념할 것 같다. 국내 주식 투자도 하고 있지만 국내 주식 매매는 에버노트에 홀로 기록할 예정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국내주식 트레이딩 카테고리를 만들어 블로그에 기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익률이 매우 들쭉날쭉하므로 에버노트에 기록하다가 나의 전략이 점차 정교해지면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해외주식의 경우에는 당장 블로그에 기록해볼까 한다. 전에 기록해둔 포스팅들과의 연속성 문제도 있고, 블로그를 활성화시키려면 뭐라도 올려야 하는데 국내 주식 컨텐츠를 올리기엔 너무 부실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주식의 경우 모든 거래를 세세하게 기록할 예정이다. 복기를 위해서다. 매수, 매도를 한 번 함에도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반복해서 해야, 그 학습 데이터가 누적될 것이다. 주말 사이 매매한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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