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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

무언가를 잘하고 싶을 때 하는 일

필자는 주식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한다. 투자를 조금이라도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가끔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것에 쏟아부은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로부터 무언가 배우기 때문이다. 전구를 개발한 에디슨은 말했다.

I haven’t failed — I’ve just found 10,000 that won’t work.

토마스 에디슨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전구가 작동하지 않는 10,000가지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다.” 나는 이 말의 힘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다. 나는 어떤 일은 하든, 실패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에 투자해서 망했다고 하자. 그럼 그로부터 배울 것이 있는 것이다. B라는 기업에 투자해서 또 망했다. 그럼 또 거기서 배울게 있는 것이다. A주식의 투자는 너무 성급하게 매수해서 손실을 봤고, B는 오랫 동안 보유하지 못하고 급등하기 전에 팔아 손실을 봤다고 하자. 이 실수를 교훈 삼아 반성을 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다. 그런데 얼마 뒤, C라는 기업에서 위와 같은 실수를 정확히 한 번 더 했다? 그렇다면 내가 바보이고 멍청이이고 주식에 소질이 없는 게 아니라, 거기에서도 또 개선할 게 있는 것이다.

나는 내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경우에서도 그렇다. 물론, 신체적인 한계는 있다. 키가 작으면 농구선수를 할 수 없고, 60-70대에 격투기를 새로 배워 선수가 될 수는 없다. 신체적인, 생물학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는 것, 심지어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도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40-50대에 시작해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훌륭한 연주자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능력은 무한하다. 열심히 하면 당연히 전보다 더 나아진다.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것이다. 특히 무언가를 하다가 어려움에 닥쳤을 때, 그 순간에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보통은 너무 힘들어 포기한다. 이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짓고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문제에 부딪힐 때 마다 선천적 재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면 편하다. 마음도, 몸도, 우리의 자아도 지킬 수 있다. 선천적인 재능의 한계인데 어떡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더이상 우리의 양심은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움은 정말 단순하게도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지 재능의 한계가 아니다.

반대로 내가 무언가를 잘 할 때도 선천적 재능으로 나의 ‘잘함’을 설명하면 여러면에서 커다란 이점이 있다. 나의 장점을 재능의 문제로 돌리는 순간, 내 능력은 다른 사람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 된다. 나는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경쟁자들을 앞설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고 방식이 필자의 20대를 허비하게 만든 치명적인 사고 방식이다. 이 졸렬한, 코딱지만한 우월감이 필자 스스로의 발전을 10년 이상 방해했다.

주식에 적용해야 할 사고 방식

필자는 모든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능의 차이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 모두의 지능이 같을 리는 없다.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고 자라난 환경이 다르다. 그렇지만 필자는 적어도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가 미미하기에, 올바른 방법과 충분한 양의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는다고 본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는 절대 쉽지 않다. 투자자는 계속해서 실패를 겪는다. 주식을 사면 며칠 뒤 주가가 떨어진다. 거의 항상 그렇다. 심지어는 단 한순간의 평가이익 없이 수주 간 내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회계 부정, 분식 회계 등의 이유로 주가가 급락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몇차례 하게되면 “이러다가 오르겠지”하는 믿음도 점차 사라진다. 손절을 반복할수록 “이러다가 오르겠지” 기대는 점점 약해진다. 그렇게 점점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에 빠져들고 주식을 살 때 기업의 지분을 매수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나는 안돼”라는 마음 속 외침이 강해진다. 마음 속에서 자꾸 “나는 안돼”라고 외치는 이유는 “나는 애초에 안되는 사람이야”라고 나 자신을 정의해버리면 모든 게 설명되기 때문이다. “나는 주식에 재능이 없기 때문에 안되는 거지, 내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아 그런 게 아니야”라고 우리의 잘못을 너무나도 쉽게 덮는다. 우리의 뇌가 자아를 지키기 위해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다. 자신의 실패를 재능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노력 부족을 무마시키려는 것이다.

필자는 수많은 착오 끝에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기업을 공부해야 한다고 믿는다. 가능한한 많은 기업을 살펴야 그 중에서 최고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개의 기업을 분석하고 선택한 하나와 100개의 기업을 분석하고 선택한 하나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지능과 재능과 선천적 능력을 떠나 사실이 그렇다. 우리의 인지 범위에 들어온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기업과 주식을 택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나는 투자가 재미있어 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3개의 기업을 분석하고 주식을 매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통계적으로 보면, 10개 기업 중 시장을 아웃퍼폼하는 건 많아야 2-3개 뿐이다. 기업 3개를 분석하고 그 3개 중 하나가 시장을 아웃퍼폼 할 거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지금은 10개, 20개, 30개, 아니 계속해서 기업을 찾는다. 이렇게 많은 기업을 분석하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바로, 주식 투자가 너무 재미있어 진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 인간은 규칙을 발견할 때, 세상이 그 규칙에 따라 움직임을 발견할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유튜브를 볼 때 기계로 나무를 자르고, 집을 짓고, 찰흙이 반듯하게 잘리는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영상, 이런 컨텐츠에 빠져드는 건 지도 모르겠다. 그런 비슷한 만족감을 나는 주식 투자에서도 느낀다.

수많은 기업을 분석하고, 다음 분기가 되고, 또 다음 분기가 되고, 컨퍼런스 콜에서 실적 발표를 할 때 그 실적이 나의 예상과 어떻게 다르게, 맞게 흘러가는가를 지켜보고 있으면 앞서 말한 야릇한 만족감을 느낀다. 내 예상이 틀리더라도, 왜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는지 파악하다 보면 또 하나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다. 예상대로 흘러가면 다른 기업에서도 이런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 지 찾게 된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바로 그 패턴으로부터 주식 투자는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성공 패턴의 반복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일어나는 일

기업 분석이 처음에는 어렵다. 10-K도 읽어야 하고, 해당 기업과 관련된 뉴스도 읽어야 한다. 심지어 영어다. 컨퍼런스 콜도 들어야 한다. 그게 전부면 얼마나 좋을까? 경쟁 기업도 조사해야 한다. 경쟁 기업을 조사하는 데도 위의 과정을 전부 반복해야 한다. 10-K를 읽고, 뉴스도 읽고, 컨퍼런스 콜도 듣고…

처음에는 너무 버겁다. 10-K에서 뭘 읽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법률 용어도 많고, 회계 용어도 많다. 업계 용어도 많고 또 가끔은 약자로 쓰여져 있다. 특히 컨퍼런스 콜 대본을 보면 가관이다. 분명히 똑같은 영어인데, 이해할 수가 없다. 한글도 책에서 쓰이는 문장과 우리가 대화할 때 쓰는 문장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결국 이 또한 익숙해진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곧 익숙해진다. 익숙해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다. 그건 바로, 모르는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기다. 모르는 부분을 그냥 넘기면 다음에 또 나온다. 모르는 부분이 두개가 되고 세개가 되면 의욕을 잃는다. 따라서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반드시 대략적이라도 찾아보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면 기업 분석은 쉬워진다. 조금 더 나은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정리하며

경험상 모르는 산업 분야의 10-K는 정말 읽기 어렵다. 얼마 전 ADM의 비즈니스 모델과 컨퍼런스콜을 듣는데 너무 힘들었다. 농업과 바이오디젤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거의 맨땅에 해당하기 수준으로 찾아보고 공부했다. 결국, ADM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했으나 공부하며 배운 것도 많다. 이번에 공부한 덕에, 다음에 ADM과 유사한 기업을 분석한다면 이번에 힘들었던 것 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게 할 것이다. 어려움도 적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한 번 해봤기 때문이다.

만약 ADM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해도 필자는 ADM에 대해 계속해서 추적 관찰 할 것이다.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추적관찰하며 보고 느끼는 간접적인 경험도 굉장히 소중하다. 게다가 내가 어느 정도 아는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면 보유 기업이 아니더라도 왠지 모르게 반갑다. 그 기업의 실적이 왜 그렇게 나왔는 지, 내 예상과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일도 재밌다. 이미 아는 기업이라 추적 관찰하는데 드는 정신적인 에너지도 적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으로, 필자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재능으로 결정된다는 생각에 강력히 반대한다. 사실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어서 정말 재능이라는 한계를 모른 채 헛된 노력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게 진실일지라도 필자는 그 진실을 무시한 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만약 자신의 성취가 재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한다면 우리가 열심히 살아갈 이유는 무엇인가. 꿈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 부질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내 삶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물려 받은 재산과 신체와 지능은 모두 다를 지라도,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성과의 한계, 잠재력의 상한은 물려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는 충분히 재미있게 투자할 수 있다. 적어도 나의 경험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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