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정말 잘하는 사람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한 때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나의 취향은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였고 곧 주식 투자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워렌 버핏을 흉내 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있는 거의 모든 주식 투자 책을 읽었다. 워렌 버핏처럼 나도 똑같이 했는데 왜 나는 여기 있고 워렌 버핏은 저기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아마도 기업 분석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 투자에 입문한 지 3년 정도 지났을 때, 나는 훌륭한 투자자의 조건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생각했다.
냉철한 분석 능력. 기다리는 인내심. 저가에 사서 홀딩하는 인내심.
“기업에 경제적 해자가 있는가?”, “경영진은 믿을만 한가?”, “역사적으로 성장해 왔는가?”, “가능하면 주가를 상승시킬 촉매가 있는가?”와 같은 기업 분석의 핵심을 잘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세밀한 분석 결과를 믿고, 시장 하락을 기다려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는 능력, 그리고 그 주식을 흔들림 없이 오랫동안 보유하는 능력. 이렇게 세 가지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마도 내가 틀렸던 것 같다.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위치는 아마 서울 세텍(SETEC)이었던 것 같다. 시기는 잘 모르겠는데, 여기서 투자 관련된 박람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아니면 다른 곳이었을까? 어떤 유명 개인투자자가 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성격이 무난한 경우가 많더라.
기억나지 않는 어떤 성공한 개인 투자자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흘려 넘겼다. 만약 이 이야기를 마음 깊이 새기고 여러번 되새김 했다면 나의 투자 실력은 두, 세배 빠르게 성장했을 것이다. 성격과 투자가 무슨 상관이람? 어렸던 나는 그만큼 투자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다.
성공한 투자자의 핵심 조건
무난한 성격이란 무엇인가? 날카롭지 않고 무던한 성격이다.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은 있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에도 마음이 열려 있는. 누군가 자신이 틀렸다고 큰소리 쳐도 상처 받지 않고 반대 의견을 이해하려고 하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보완하고 완성시키려 하는 그런 성격. 그런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 있는가?
이렇게 무난하고, 무던한 성격은 주식 투자의 성공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다. 그래서 어쩌면 주식 투자에 성공하는 시기가 대부분 40대, 50대인지도 모르겠다. 40대, 50대가 되어서도 고집이 세고, 자신의 말만 맞고, 남의 비판에 감정적으로 휘둘리고 그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나이가 들며 점점 무던해진다. 인생 살며 산전수전 다 겪으며 겸손해지는 것이다. 성공한 주식 투자자라면 단언컨데 대부분 무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수의 고집세고, 자신의 말만 맞다고 주장하는, 좋게 말하면 자신의 주관이 과하게 뚜렷한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5년, 10년 뒤에도 성공한 투자자로 남아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20대, 30대에 성공한 투자자도 많다. 이분들은 보통 굉장히 성실하고,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훌륭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물어 보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인생을 살았길래,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인격을 갖는 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하지만 나도 그랬고, 대부분도 그렇겠지만, 20, 30대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좋게 말해서 열정이고, 사실은 고집이다. 이 시기에 투자로 성공하는 건 정말 어렵다. 아마, 40, 50대 이상의 독자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성격이 중요한 이유
왜 투자에 성공하는데 있어 성격이 중요할까? 투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저가에 매수해서 고가에 파는 게임 아니던가? 유일하게 필요한 부분이라면 인내심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할까? 정말 무난하고 무던한 성격이 필수 요소라면, 끊임 없는 노력으로 성격을 고치면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조금 허세를 부려 말하자면, 나는 주식 투자를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나의 생각에 점차 동의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보유한 주식을 사게 되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그것이 1개월 만에 올랐든, 10년든 성공적인 투자다. 그런데 나 혼자만 맞다고 생각한 주식을 사면 1년, 5년 뒤에도 나 혼자만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런 경우 당연히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주식을 사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그런 주식은 이미 ‘어느 정도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눈치 빠른 투자자들이 왜 이 주식을 샀는 지 ‘공감’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주식에 공감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주식 투자는 사람들이 나의 투자 아이디어에 설득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이다.
예외적인 상황
물론, 주가가 급락할 때 사야 하는 것도 맞다. 단, 이런 급락은 빈도로 보면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다소 ‘예외’적인 경우로써 이때 만큼은 싸이코패스와 같은 비공감능력을 발휘하는 게 맞다. 이 때 만큼은 그 어떤 공감능력도 자제하며 기계적으로 미리 분석한 기업을 분할 매수해야 한다. 그 하락이 급격한 하락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 시장이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수익률을 알아내는 법
필자의 재미있는 팁을 공개하겠다. 온라인에는 정말 수많은 투자 인플루언서(핀플루언서)들이 활동하고 있다. 블로거도 있고, 유튜버도 있다. 아니면 주변 친구들 중 주식 투자 꽤나 한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의 수익률을 알아 내는 방법이 있다. 정확한 숫자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이 성공적인 투자자인지 아닌지 정도는 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 방법은 바로 ‘비난하기’다.
누군가로부터 투자 아이디어를 들었다면, 자신이 가진, 살면서 겪은 온갖 약오르는 기술을 이용해서 그 사람을 비난해보자.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어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발끈하며 당신을 설득하려 침 튀기며 설명한다면, 심지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다면 그 사람의 종합 수익률은 마이너스일 것이다. 반면, 아 그래? 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에 잠긴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투자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 했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훌륭한 투자자는 ‘무던한 성격’ 단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다. 무던한 성격으로 끊임 없는 노력과 누적된 경험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투자자도 열린 마음이라는 무기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면 10년, 20년의 경험이 쌓이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열린 마음과 배우려는 자세, 심지어는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으로부터도 무언가 하나라도 배우려는 자세는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성공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