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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가 가져야할 유일한 취미

취미로써의 투자

투자는 게임과도 같다. 미래의 이익을 맞추는 흥미로운 게임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천개의 기업 중에서 이익이 앞으로 늘어날 기업을 찾는 게임이다. 모두가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엔 그 기업을 고르기가 쉽다. 그렇기 떄문에 점수도 낮다.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경우엔 얻는 점수가 훨씬 더 크다. 배당(odds)이 높은 것이다. 단지, 게임과 달리 주식 투자에서는 플레이어는 상금을 점수가 아닌 돈으로 받는다. 게임에서 정답을 맞추면 돈을 번다. 반대로 주식투자가 게임과 다른 순간은 플레이어가 틀렸을 때다. 잘못된 판단은 손실로 이어진다. 이 점을 제외하면, 주식 투자는 게임에 가깝다.

게임과도 같은 주식 투자, 취미로 해도 될까?

필자는 주식 투자를 취미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단, 취미로써 주식 투자를 할 것이라면 그에 걸맞는 기대를 해야 한다. 보통 우리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 취미에는 돈을 쓴다. 투자를 취미로 할 것이라면 돈을 쓸 생각으로 해야 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하루 1-2시간, 주 2-3회의 투자 공부로는 절대로 주식투자에서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취미로는 돈을 벌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주식을 취미로 하고 싶은데 돈은 벌고 싶다면 투자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기대치를 낮춰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법은 많다. 애플 주식을 사서 모은다던가, JEPI와 같이 배당을 많이 주는 ETF를 매수한다던가,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 인플레이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의 수익을 목표로 투자하면 된다. 그정도의 목표와 욕심이라면 주식 투자는 취미로 해도 된다. 연 5-10%의 수익은 취미 수준의 공부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꽤 노련한 취미 투자자여야 할 것이다.

취미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사람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유튜브나 책에서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써의 투자

만약 투자를 통해 큰 부를 쌓고 싶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때 주식 투자는 취미가 아닌 업(業)이 되어야 한다.

주식 투자는 단순히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에 가깝지만,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투자 의사결정이 있다. 이 결정의 순간 순간 옳은 판단을 내려야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최고의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란, 하루 1-2시간, 주 2-3회 수준의 공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정도 공부는 취미다. 취미 수준의 공부로는 주식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분야에서도 돈을 벌 수 없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취미는 돈을 쓰는 곳이다. 돈을 벌려면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해야 한다. 전문가 수준이란 하루 최소 4-5시간, 주 5회 이상을 말한다. 이정도 시간은 필자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시간 투자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최소한 자신의 직업에서 꽤 인정 받는 위치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노력과 투자를 했는지 생각해보자.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긴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무언가 하나를 잘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자리에 오르려면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이 있는 법이다. 주식 투자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자로 돈을 벌려면, 남들이 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5배 이상 해야 한다. 그래야 앞서 간다. 누군가 기업 분석 리포트를 하루 3개 읽는다고 하면 나는 15개는 읽어야 한다. 누군가 기업 분석을 1주일에 하나 하겠다고 하면, 나는 1주에 5개를 해야 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는 지금 이 직업, 이 지위에 오르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했다. 왜 주식이라고 그렇지 않은가? 왜 주식 투자 만큼은 ‘나 스스로가 정한 최선의 노력’을 하면 나에게 수익을 안겨 줘야만 하는가?

그게 아닌 것이다. 잘못된 사고 방식이다.

필자의 인생 이야기, 그리고 철학

부끄럽지만 필자는 인생의 철학이 있다. 나의 인생이 대단해서도 아니고, 부족해서도 아니고, 살아오면서 느끼고 배운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 철학은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이다. 정말이다. 인생은 정말 딱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 같다. 열심히 하면 분명 그에 상응하는 리턴이 있는 법이다. 단, 열심히 했다는 기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나 스스로 볼 때 열심히 했을지라도 누군가의 기준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노력일 수 있다. 열심히 했다고 이야기 하려면 내 주변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 마저도 내가 열심히 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저놈은 진짜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필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만해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중간 정도 했다. 제일 잘하는 과목이 수학 3등급, 나머지는 4-6등급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시작부터, 하루 14시간, 월화수목금토일 공부한 끝에 전과목 1등급에 상위 0.4%의 성적으로 의대를 갈 수 있었다. 하루 14시간. 밥 먹고 화장실가고 잠자는 시간 외엔 정말 공부만 했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은 주 2회의 체육시간과 점심시간(50분) 뿐이었다. 축구를 좋아한 나는 축구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엔 무조건 문제를 풀었다. 학교 가자마자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고, 밤 10시에 잠이 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문제를 풀었다. 주말도 휴일도 명절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런 노력 끝에 당시 500점 만점의 수능을 고2, 270점에서 고3 수능 475점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나의 성적은 단 한차례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올랐다. 수능 보는 날, 내 인생 최고점을 기록했다.

반면, 필자의 축구 실력은 엉망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고 중고등학교 때 나름 열심히 축구를 했고, 대학생 이후에도 꾸준히 축구를 했음에도 지금도 조기축구에서 그냥 보통 수준의 실력에 머물러 있다. 매번 축구 동영상도 보고 전술도 공부하고 기술도 공부했음에도 나의 축구 실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의 성공 경험 이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터라 나의 축구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내 축구 실력은 계속 그자리였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필자는 축구를 하면서 축구에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우리 부모님만 딱 한번 그렇게 얘기했다. 내 친구들은 내가 축구에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 혼자 스스로는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이것이 나의 수능 성적과 축구 실력의 차이였을 것이다. 나는 공부에 미쳤었지만, 축구에는 미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공부를 잘 했고 축구를 잘 하지 못했다.

투자자의 유일한 취미

주식 투자자라면, 적어도 부를 쌓고 싶은 주식 투자자라면 주식 투자에 올인해야 한다. 말 그대로 올인해야 한다. 내 모든 걸 걸고 주식에 몰입해야 한다. 큰 부를 쌓고 싶다면, 투자를 제외한 모든 취미를 당장 내일부터 멈추자. 모든 취미를 그만 두고, 업무 외에 모든 시간을 투자 공부에 할애하자. 투자자에게 취미는 사치다. 투자자의 유일한 취미는 투자 그 자체가 되어야만 한다. 그게 아니면 투자는 취미가 될 뿐이다. 취미는 돈을 쓰는 곳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전문가 수준이 되어야 한다. 본업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전문 지식 수준으로 주식 투자에서도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 우리가 우리 직업에서 돈을 버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 일을 나만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인생은 일과 육아, 그리고 투자 뿐이다. 일과 육아 외에 남는 시간은 모조리 투자 공부에 할애한다. 소중한 시간을 단순히 뉴스를 보고 리포트를 읽는 것이 아닌, 기업 분석에 사용한다. 기업을 분석하고 추적 관찰하는 것은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일이다. 아니, 취미보다는 일에 가깝다. 나는 기업 분석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잘 해야 하는, 잘 하지 못하면 남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만 하는 것. 나에게 투자는 ‘유일한 취미’이자 ‘일’이다.

조금은 슬프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게 사실이다. 뭐든 막상 ‘일’이 되면 하기 싫어진다. 취미였을 때는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주식 투자자가 많지 않은 것이고, 취미에 머무르는 투자자가 많은 것이다.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투자자에게 부를 쌓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필자는 선천적인 지능, 능력에 대해 전혀 믿지 않는다. 모든 건 후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릿(Grit)의 저자, 안젤라 더크워스의 말 대로 만약 이 모든게 후천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렇다고 믿어야 한다. 뭐든 열심히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축구도 마찬가지고 공부도 마찬가지다. 단지, 성공하려면 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이놈은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지, 나의 노력이 객관적으로 충분한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만약 미쳤다는 이야기를 여기 저기서 듣고 있다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누가봐도 뻔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엄두내지 못하는 길,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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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도끼같은 글이네요.. 반성하게 됩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누가봐도 뻔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엄두내지 못하는 길.. 이 블로그가 저에겐 보물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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