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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을 싸게 매수하는 방법

주가는 원래 비싸다

기업을 분석해나가며 느끼는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밸류에이션이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PER, PSR, PBR, PEG, EV/EBIT, EV/EBITDA 등 상대적 평가 방법부터 시작하여 현금흐름할인모형, 배당평가모형과 같은 절대적 평가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주식 평가 방법이 있음에도 실제 기업을 평가해보면 결과는 비교적 일관적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본래의 가치보다 ‘한참’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기업이 고평가 상태로 거래되는 현상,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마치 선물이 현물보다 거의 항상 조금의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는 원리와 같다. 미래의 가치 상승에 대한 부분이 현재의 가치에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개인도, 기업도, 산업도, 국가도 결국 내일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식 시장은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의 주가는 본래의 기업 가치에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된다.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주가는 하락해도 비싸다

ResMed, Inc.(RMD)의 최근 주가 하락
RMD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주가가 바로 회복할 지, 하락세가 더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어떤 악재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그 기업의 주가는 보통 비싸다. 어떤 이벤트로 기업의 미래에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하자. 시장은 그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한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실적 악화로부터 회복할 가능성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이벤트로 기업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지만, 금방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회복에 대한 기대가 항상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웬만한 악재로도 주가는 충분히 하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충분히 싸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나의 이런 경험이 거짓이라면, 악재로 하락한 기업의 주식을 모조리 사면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락한 기업의 주식을 사면, 가끔은 빠르게 다시 회복하는 주식도 있겠지만 바닥 아래 지하실처럼 더욱 하락하는 주식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하락하는 기업의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성장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악재가 발생했을 때 악재를 평가함과 동시에, 실적이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 또한 반영한다.

그만큼 시장은 효율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가는 상승해도 비싸다

오르는 NVIDIA(NVDA) 주가
비싸 보이지만 계속해서 오르는 NVDA. 누군가에게는 비싸지만 누군가에게는 싸다.

그렇다면 주가가 오르는,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는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할까? 사실 이 질문 자체가 주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엉터리 질문이다. 모든 기업을 ‘오르는 주식’, ‘내리는 주식’으로 구분해서 평가한다는 건 어리석다. 오르는 주식 10개를 사면, 예를 들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주식 10개를 무작위로 산다고 해서 시장수익률을 초과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리는 주식 10개를 사도 마찬가지다. 이런 흑백논리는 옳지 않다.

전반적으로 보면, 오르는 기업의 주식 또한 하락한 주식처럼 고평가 상태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부에서는 시장에서 기업 가치의 상승분을 단 번에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르는 주식이라 할 지라도 미래 실적에 비해 저평가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면밀히 분석된 기업에 한해서는 이 주장이 사실을 수 있다. 그럼에도 주가가 상승하는 모든 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조금 어렵다.

결국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오르는 주가도, 내리는 주가도 비싸다면 도대체 어떻게 제 가치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주식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주식 투자,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은 웬만해서는 주가가 싸게 거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다들 쉼 없이 주 100시간 이상 일하며 기업을 분석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 순간 최적의 선택을 하려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투자자도,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존경심과 동시에 두려움을 잊으면 안된다. 자신이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처럼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단, 예외가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시간을 들여 공부한 내용과 시장의 판단이 다를 경우다. 주가는 정말, 예외적인 경우에만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된다. 10년, 20년 간 주가도 실적도 성장하던 기업의 주가가 갑자기 30% 하락한다. 이 기업의 주가 하락이 과도한 것인지 아닌 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앞서 이야기 했 듯이 이렇게 하락하는 중에도 실적이 금새 회복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투자의 핵심

결국 이 이야기는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은 감히 주장하건데, 99.99% 투자에 실패한다. 물론 아무도 모른다. 가끔은 자신이 가장 현명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최고의 판단력을 가진 분야는 자신이 경험하고, 공부하고, 인생을 투자해 자신의 지식을 넓힌 분야에만 한정된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우리는 누구나, 바보이며 어리석다.

악재로 인해 어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그 기업에 대해 잘 아는 상위 5-10% 사이에 위치한 투자자가 그렇게 판단했다고 가정해야 한다. 상위 5-10%의 생각은 보통 맞다. 그만큼 현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단, 이들보다 더 깊고 더 넓은 지식을 가진 상위 1-5%의 투자자들의 의견은 상위 5-10%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그 기업을 잘 아는 상위 1-5%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어떤 악재로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자는 그런 시장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주식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대부분의 이슈에 대한 자신의 판단력이 지극히 평균 수준임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매일 공부하고, 조사하고, 학습하는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의 전문 분야로 투자 범위를 한정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듯, 개별 주식에 투자하여 시장 초과 수익을 얻는 유일한 경우는 그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위 1-5% 수준이거나, ‘우연히’ 그들과 같은 판단을 하는 경우 뿐이다.

게으른 성공한 투자자

단, 모든 사람이 이렇게 타인을 존중하며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기업 분석에 주 100시간을 써야하는 건 아니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지만, 필자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말을 다르게 생각해 보면, “게으름 또한 배신하지 않는다.“가 된다. 만약 주식 투자로 성공하고 싶다면, 주식 투자로 연 50-100%의 수익을 내고 싶다면, 자신의 전문 분야로 투자 범위를 한정하거나, 주 100시간을 들여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반대로, 연평균 5-10%의 수익(매년 평탄하진 않겠지만)으로 만족하며 나는 본업에 충실하며 수익률보다는 수입을 늘리는 데 집중하겠다면, 그것 또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경우다. “나는 기업 분석도 싫고, 연평균 5-10%의 수익률도 싫고, 한 번 사놓고 잊고 지내면 자산이 2-3년마다 두 배로 늘어났으면 좋겠다.” 정말 안타깝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상위 1-5%에 해당하는 사람들과 우연히 같은 판단을 연속적으로 내리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쉽지 않다. 인생으로 도박을 하는 셈이다. 좋은 기업이 악재를 만나 싸게 거래될 때 매수하기 때문에 마치 도박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만약 그 기업에 대한 이해가 최소 상위 10% 안에 들지 못한다면 우량 기업 매수 또한 도박이다.(고등학교 수능이나 대학교 장학금, 공무원 시험, 각종 적성검사 등을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상위 10%의 벽은 높다. 심지어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그 어떤 수험생 집단보다 동기부여가 강하다.)

투자에서 성공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대략 50억을 기준으로 본다면, 개인적으로 게으른 성공한 투자자는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0.01% 정도 될 것이다. 우리나라 투자자 전체 중 10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 필자는 이런 로또에 인생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 투자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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