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느려지는 전기차 시장과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빠르게 느려지고 있다. 어제는 LG엔솔과 GM 합작 법인이 미국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점차 둔화되며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은 “성장하는 산업을 일시적 악재에 사라”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전기차 배터리, 특히 전기차 배터리 주식은 공교롭게도 최악 중 최악의 시기를 달리고 있다. 지금 전기차 또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주식을 사야 할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배터리는 중국이 정말 강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우리나라 배터리의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가격, 점유율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그렇다.
중국은 한 번 하겠다고 하면 정책적, 경제적으로 정말 모든 걸 쏟아 붓는다. 태양광 패널도 그랬고, LCD도 그랬다. 반도체와 같이 기술의 축적이 10년, 20년 이상을 우리나라가 선도한 산업은 중국이 감히 그렇게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배터리도 핵심 기술은 20-30년 전부터 연구되어왔지만 상용화 수준의 기술은 불과 5-10년이다. 게다가 지금 벌어지는 일은 보면 그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강력한 수요와 경쟁에도 10년 이상 큰 매출과 이익을 기록하며 선도한 부분이 아니라면 중국의 자본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배터리 내재화
테슬라 같은 기업이 배터리를 내재화 하려는 것도 문제다. 단, 내재화에 있어, 테슬라는 건식 공정 기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안에 LG에너지솔루션보다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배터리 사업을 접겠다고 이야기했다. 건식 공정 때문인데, 건식 공정은 습식 공정보다 고난도의 기술이고 심지어 비용도 낮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가야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그런데 테슬라가 애초에 배터리 제조를 내재화 하려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자. 이유는 배터리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게 나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2020년과 2021년의 상황을 회상해보면 전기차 수요는 급증하는데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서 자동차 제조사와 전기자 배터리 기업이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너도 나도 배터리 공장을 지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바뀌지 않았는가.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앞으로는 더욱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고 현재 상황을 바라보자. LG에너지솔루션보다 싸게 못만들면 배터리 사업 부문을 없앨 것이라는 머스크의 이야기는 테슬라의 수익성을 최대화 하겠다는 거지, LG에너지솔루션이 비싼 가격에 테슬라에게 배터리를 판매할 수 있을거란 건 아니다. 테슬라에 납품하기 위해 보다 저가에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 상대는 말도 안되는 보조금으로 저가 배터리를 계속해서 찍어내는 중국 기업일 가능성이 있다.
ESS의 성장
ESS 시장의 전망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조사해보면, ESS 산업의 규모는 $40B 수준이고 전기차 배터리는 $60B 수준이다. 지금부터 크게 성장만 해준다면 충분히 배터리 수요를 받아줄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ESS는 무엇인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해주기 위한 장치다. 전기차 배터리와 조금 다른 것은 용량이 매우 크다는 것.
전기차 화재를 보면 알겠지만,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전소되기 전까지는 화재 진압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ESS와 같은 대규모 시설에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화재가 나면 안된다. 저성능과 안정성의 조합은 바로 LFP 배터리 아닌가. 중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타입이다.
물론, 미국이 자국 ESS 산업에 중국의 LFP 배터리를 쉽게 사용하도록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우리나라 배터리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할까? 다시 강조하지만, ESS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정성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ESS 사업자라면, 관세를 포함한 중국 LFP 배터리 가격이 국내 배터리 3사의 가격보다 비슷하거나 조금이라도 싸다면 주저 없이 중국의 배터리를 사용할 것 같다.
그래서..
배터리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속도는 둔화될 것. 그런데 아직까지도 주가는 전기차 시장의 둔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 주가는 전기차 시장의 둔화를 시사하는 뉴스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 둔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주식 시장은 성장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우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내년에 5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만약 올해 이미 120% 성장했다면 주가는 크게 하락한다. 만약, ESS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나는 배터리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ESS 시장에 조금 집중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이라면 새로운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