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답답한 건
사람들은 단순하다. 나도 단순하다. 단순함은 잘 모르는데서 나온다. 나도 잘 모르는 분야가 많다. 그런데 나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는, 나는 그걸 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걸 안다. 그래서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주식 투자도 비슷하다. 내가 전부 안다고 생각하고 덤벼들면 무조건 손실이다. 운 좋게 수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N수가 많아지면 결국 운과 실력은 구분된다.
어떤 정책을 정할 때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참여자들이 항상 해당 사안에 대해 잘 알까? 참여자들의 대부분이 그 사안에 대해 잘 몰라도 여전히 민주적인 투표는 합리적인가?
의사가 의료정책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영문학자가 결정한다면 어떨까? 합리적인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엔지니어와 기술자,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 투표로 정하는 건 어떤가? 여론조사 말이다.
의료정책을 의사가 정하는 게 무슨 문제일까? 물론, 탐욕스러운 의사도 있다. 그런데 탐욕스러운 엔지니어는 없는가?
의사가 단독으로 의료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장담하건데, 국민건강보험 적립금 1년 만에 파탄난다. 그렇다고 반대로 지금처럼 의사가 의료 정책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건 맞는가?
의대 정원 증원이 문제의 해결책인가? 필수 의료 패키지는?
중소 기업은 요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할 사람이 없다. 그럼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지금 정부라면 아마, 서울대 증원을 선택할 것 같다. 서울대 정원을 증원시키고, 충남대, 충북대, 강원대, 제주대, 부산대 모두 메가서울대학으로 통합시켜 버리면, 단언컨데 인력난은 해결될 것이다. 지방 곳곳에 공장에서 논에서 밭에서 지신산업센터에서도 서울대 졸업생을 볼 수 있을거다. 과연 그럴까?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전국민이 서울대 졸업생이면 지방 곳곳에 서울대 생이 근무하게 될 것이다. 어떤가? 우리의 사회는 더 나아졌는가?
이 이야기의 끝
개인적으로 이 ‘정치적’ 이슈는 해결되는 데 굉장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눈치 빠르게 유비케어나 인성정보와 같은 주식을 샀어야 했다.
결국, 2000명 증원은 실패할 것이다. 200-500명 정도에서 합의를 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국민 여론이 당연히 의대 정원 늘리기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정말 크게 느낀 것은, 다수가 소수의 집단을 공격할 때 소수의 집단은 사실 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중 전쟁으로 우리나라도 전쟁에 휘말리면 우리나라는 그저 살아 남기 위해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 밖엔 없다. 지금의 의사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