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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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산업에 대하여

수소는 죽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요즘 수소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워낙 핫한 섹터들이 많아 굳이 수소에 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AI, 반도체, 전력인프라, 화장품 등. 그런데, 기회는 언제나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곳에 있다. 지금의 수소와 같은 산업이 그렇다.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벗어난 산업에 투자한다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갖지 않는 산업인 동시에, 앞으로 성장할 산업이어야 한다. 시점(타이밍)은 조금 틀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언젠가 결국에는 성장할 것이라는 방향성은 맞아야 한다.

결국, 수소 산업은 세계 에너지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현재의 전력 인프라로는 재생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
  2. 승용차를 제외한 트럭, 기차, 비행기 등에 전기차 배터리는 적합하지 않다.
  3. 천연가스를 활용할 방법은 수소 뿐이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전력인프라의 한계와 5G 광풍의 관계

재생에너지는 보통 오지에서 생산된다. 바람이 많이 불고, 태양이 강력한 지역은 보통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반면, 전기가 많이 필요한 곳은 주거지와 상업지역이다. 따라서 오지로부터 주거, 상업 지역을 연결해줄 전력 인프라가 필요하게 된다.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상상 이상으로 필요하게 되자, 관련 주식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조금만 회상해보면 과거에도 분명 이와 같은 패턴이 있었다. 5G다. 4G에서 5G로 넘어가며 온갖 5G 설비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결론은? IoT 등 시끌시끌 했던 이슈는 결국 투자자의 기대만큼은 실현되지 못했다. 5G 투자 광풍은 점차 사라졌고 진정한 5G는 되는 둥 마는 둥 조용히 끝났다. 5G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주파수로 중계기를 수도 없이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로 관련 기업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지만, 결국 주가는 하락했다. 그리고 아직도 5G 가입률은 40%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28기가 5G는 아직도 요원하다.

5G와 달리 전력 인프라는 단순히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은 아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5G와는 조금은 다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대중의 수요는 AI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자 뿐만 아니라 AI에 대한 B2B 수요도 강력하다. AI를 위해서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든 생산해서 이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전력 인프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바로 여기에서 수소가 부각될 것이다.

지금은 오지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은 낮에 너무 과도한 전기를 생산하여 전력망에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발전 사업자는 오히려 돈을 내고 전력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보조금 때문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생산에 주는 정부의 보조금은 언젠가 끝날 것이고, 이는 결국 전기 생산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해결책은 있다.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면 된다. 수소를 저장하고 도시로 옮기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기존 천연 가스 배관을 업그레이드하여 이용할 수도 있고 트럭으로 운송해도 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명확한 한계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 세단, SUV 등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사람들은 정말 가끔 200-300km를 운전하고 대부분은 20-30km/일의 운전을 하는데, 전기차에게 정말 완벽한 조건이다.

하지만 배터리가 커지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화재에 대한 위험이다. 배터리 셀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충전되고 방전되는 기술이 중요한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불균형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는 곧 화재의 위험, 그리고 배터리의 효율 저하의 위험과 같다.

전기차 배터리의 더욱 큰 문제는 무게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면 상황은 조금 나아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화물 운송 트럭이나 비행기에 사용하기에는 어렵다. 수소에 비하여 kg 당 에너지 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100톤이 넘는 전기차 배터리를 짊어진 비행기를 상상해보자. 1000톤이 넘는 화물선을 상상해보자. 그 중 단 하나의 셀에서 화재가 시작되면 배 전체가 불에 타서 전소된다. 확실히 승용차와는 다른 경제가 작동한다.

충전시간도 문제다. 수소의 경우 5분이면 충전이 끝난다. 전기차는 승용차의 경우 30분-1시간의 충전시간이 필요하다. 화물차와 같이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 그 차이는 더욱 심각하게 벌어진다. 고집스럽게 전기차 배터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 경제는 항상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일부 섹터에서 수소(퓨얼셀)가 전기차 배터리 대비 우월한 요소는 꽤나 명확하다.

천연가스와 수소

수소를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핑크 등으로 나뉜다. 그린은 풍력, 태양광과 같은 제로 탄소 발전으로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가장 깨끗한 수소다.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그중 메탄)를 분해하여 제조하는 수소다. 메탄(CH4)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CO2가 발생하는데 이를 포집하는 기술이 한창 개발 중이다. 탄소 포집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때문에 여기에서 또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건 해결해야할 문제다. 탄소를 포집하여 생산된 수소를 블루 수소라고 한다.

천연가스는 미국에 셰일혁명으로 너무나도 흔한 자원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액화된 천연가스(LNG)를 사서 쓰지만 미국은 땅만 파면 나온다. 너무 싸서, 시장 가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만약 탄소 포집 기술이 점차 발달하여 성공적으로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면 블루 수소는 미국 산업의 에너지원 중 핵심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공짜나 다름 없는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생산하고,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에 대해 그렇게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면 트럼프나 해리스 정부에 들어서서 정책이 바뀔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미국이 항상 모든 트렌드를 선도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다른 국가의 트렌드를 미리 읽고, 미국의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을 보면 수소 경제에 대한 투자가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반면, 미국은 경제적, 정책적, 사회적, 정치적 이유로 수소가 빠르게 산업화되고 있지 않은데, 결국 큰 산업의 방향은 수소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관심 기업

현재 미국의 수소 기업의 주가는 형편 없다. 대표적으로 플러그 파워(PLUG), 발라드 파워 시스템즈(BLDP), 니콜라(NKLA) 등이 있다.

이 중 니콜라 투자는 별로 내키지 않다. 지금은 여러가지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며 창립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니콜라의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산업 내의 니콜라에 대한 인식 또한 문제다. 물론, 이런 부정적 인식 때문에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이긴 하나, 다른 기업 대비 추가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굳이 투자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PLUG와 BLDP에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소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이둘 모두 수혜를 볼 것인데, 비체계적 위험을 덜기 위해 분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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