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란 무엇인가
주식 투자에 대해 진심이라면 위 제목 때문에 끓어오르는 분노로 이 포스팅을 클릭했을 것이다. 아니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배당주 투자자로써 자신의 의견을 강화시킬만한 제 3자의 의견을 들으러 온 것을 수도 있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제목이 외의 뭔가 특별한 반전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이들 모두에게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필자가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하는 성장주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겠다. 위험한 성장주 투자에서 필자가 말하는 성장주란 이익을 내지 못하고 매출만 빠르게 성장하는 주식이다. 쉽게 말해, 스타트업 단계의 기업이다. 스타트업 단계의 투자는 굉장히 위험하다. 매출이 연 30-50%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굉장히 위험한 초초초고위험 투자다.
적자의 이유
스타트업 단계의 기업은 보통 적자를 낸다. 한마디로 돈 들어갈 데가 많다. 유능한 인력도 고용해야 하고 제조 시설도 확보해야 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고 신제품 개발도 해야한다. 그런데 고객은 충분히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렇게 적자를 보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아직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했다.(매출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 비즈니스를 강화시키기 위해 많은 R&D 비용이 필요하다.
-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매출에서 마케팅, 세일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위 세 가지 경우 중 하나다. 이런 어려움 끝에 성공적으로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기업은 굉장히 소수다. 스타트업 수준의 적자 성장 기업이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약 0.1% 정도 될 것이다.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까지 성공했다면 그 확률이 조금은 높겠지만, 여전히 5%를 넘을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거나, 경기의 불황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기댈 곳은 있다.
스톡 옵션의 마술
미국 주식에 대해 알아가던 시절. 필자는 항상 다음의 궁금증을 가졌다.
도대체 10년 이상 적자를 보는 기업의 현금이 바닥나지 않는 이유가 뭐지?
5년 전의 나 자신
그런데 이 사실을 알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장폐지나 파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나가고, 또 떳떳하게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유는 이들 성장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스톡옵션과 주식발행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이란 무엇인가? 스톡 옵션은 쉽게 말해 시장에서 $10에 거래되는 주식을 $8에 살 권리다. 주식 시장에서 이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월급 대신 받은 스톡옵션을 시장에 약 $2에 매도할 수 있다. 스톡 옵션을 산 매수자는 추가로 기업에게 $8를 지불하고 새로운 주식 1주를 받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위 과정에서 과연 손실을 본 사람은 누구인가? 정답은 ‘Nobody’, 아무도 손실을 보지 않았다. 이게 바로 주식시장의 마법이자 주식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다.
문제는 희석
그런데 위의 방정식에서 빠진 하나의 이해관계자가 있다. 기존 주주다. 기존에 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는 위의 스톡옵션 과정에서 명백한 손실을 본다. 희석(dilution) 때문이다. 다음의 차트를 보자. 다음은 어제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로 어제 하루에만 주가가 무려 43.97% 하락한 ACCD(Accolade, Inc.)의 최근 매출 트렌드다.
Fiscal 2024 2분기에 대한 가이던스는 매출액 $106m으로 YoY 9.3% 성장, FY 2025 가이던스는 매출 14.3% 상승을 제시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가이던스이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가이던스로 인한 단기 주가 하락보다는 장기적인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ACCD의 주가는 장기간 하락했다. 매출액이 5년 간 6배 가깝게 늘어났음에도 주가는 크게 하락한 것이다. 정말 바보 같지만 필자는 투자 경력 초반에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매출은 빠르게 오르는데 주가는 하락하는 걸까? 수익성의 문제일까? 시장에서 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듯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시장은 내가 투자하던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있었고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도대체 왜 매출액이 크게 증가함에도 주가는 반토막, 반의 반토막이 났을까?
그렇다. 문제는 역시나 희석이다. 본업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은 현금이 없다. 따라서 주식을 발행하고, 그렇게 직원의 급여를 해결한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유통주식수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매출을 주식 수로 나눈 주당 매출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다시 말해, 매출이 매년 20-30%씩 늘어도 유통 주식수가 30-40%씩 늘어나기 때문에 주식의 가치가 감소했던 것.
성공적인 성장주 투자를 위해서 해야할 일
이런 기업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 누구나 필자와 같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수익성 있는 기업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적어도 최근 3년 내에는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기업이 좋겠다. 이들 기업은 적어도 경기 불황기나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선택권이 있다. 주가가 내리면, 스톡옵션 발행을 줄이는 대신 현금으로 급여를 준다던가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식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가치의 희석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적자 기업은 주가가 내릴 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직원의 급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낮은 주가로) 훨씬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하거나 유능한 인력을 떠나 보내거나 하는 방법 뿐이다.
혹시라도 성장주의 주가가 하락했다면 안전마진이 더 확보됐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적자 성장주를 매수하기 위해 주가 조정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모든 기업의 주가에는 ‘성장’ 또는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거의 항상 그렇다.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여전히 그 주가에는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어있다. 이건 성장주 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성장주는 더 노골적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현금흐름할인모형으로 기업 가치를 계산하면 마이너스다. 현금을 도저히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 수준의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기업 가치, 시가 총액 전체가 사실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라고 보아야 한다. 즉, 영원히 수익을 내지 못하면 모든 기업의 주가는 $0로 수렴한다. 그 어떤 스타트업 기업도 주가가 30~50%, 심지어는 90% 하락했다고 해도 싸다고 볼 수 없다. 스타트업의 가장 크고, 흔한 위험은 이익의 감소가 아니라 ‘사업의 실패’ 이기 때문이다. 현금을 창출해내지 못하는 기업의 가치는 마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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