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
나는 미국 주식 투자를 좋아한다. 벌써 미국에 투자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어간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글로벌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진정한 의미를 말이다.
미국 주식 시장 시스템은 정말 완벽하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은 미국 주식 시장을 세금만 더 내야하는 주식 시장으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보다 훨씬 큰 차이가 있다. 이제 그 차이를 하나씩 정리해보자.
주식 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왜 주식 시장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걸까?
자본주의의 꽃, 미국 주식 시장
주식 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에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느낀다.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주식 시장을 통해 자본 조달을 하지 않는다. 기업이 과연 얼마나 자주 주식시장을 이용하는가? 상장하거나 유상증자 할 때 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IPO 당시를 제외하면 추가적 자본 조달을 하지 않는다. 유상 증자를 제외하면 주식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상 증자라도 했다간, 정말 적절한 근거를 대지 못하면 시장으로 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심지어 윤리적으로도 비난 받기 때문이다.
미국도 사실, 이런 부분에 있어 자유로운 건 아니다. 미국은 조금 더 노골적이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대부분의 기업은 거의 매년 주식을 추가로 발행한다. 스톡옵션의 형태로 매년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스톡옵션의 가치는 주가에 따라 결정된다.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의 가치도 당연히 오른다. 신생 기업의 경우 직원과 경영진에 줄 충분한 현금이 없기 때문에 스톡옵션의 형태로 월급 및 인센티브를 일부 지불한다. 직원은 이 스톡옵션을 시장에 내다팔아 현금화 한다.
미국 주식 시장 시스템의 특징
이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장점과 단점은 명확하다. 기업은 현금 유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당장 직원에게 돈을 주지 않고도 유능한 직원은 붙들어 매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직원은 자신의 보너스를 최대화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도 오른다. 주가가 오르면 보너스도 오른다. 그래서 경영진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애쓴다. 주가를 부양해야 자신의 월급 및 직원의 월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본 배분을 최적화 하려고 한다. ROE가 오르고 비즈니스의 가치가 상승하여 주가도 오른다. 또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제시하고 실제 실적은 가이던스를 뛰어 넘는다. 그렇게 주가는 장기간 상승한다.
반대로, 주주 가치 희석이라는 명백한 단점이 있다. 스톡옵션으로 인한 희석 자체가 만만치 않다. 스톡옵션으로 인해 총 발행주식수가 10%, 20% 늘어나는 경우는 굉장히 흔하다. 일부 경영진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진실을 숨긴다. 당장, 일년만 버티면 여러 문제가 사라지고 좋은 점만 다시 공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만 실적과 재무제표를 과장해서 버티다 보면 유능한 직원들을 데리고 더 좋은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장점과 단점이 명백한 미국 주식시장의 구조이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미국 기업들은 창업주가 매우 적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성장 과정에서 주식을 굉장히 많이 발행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창업주의 지분율이 1% 미만이다. 나머지 99%는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다. 상장된 기업의 부실을 밝혀내는 건 이들의 몫이다. 공매도도 굉장히 활발히 진행되는데 이들도 재무제표나 기업의 주요 지표의 부실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경영진을 믿고 기다린다. 경영진의 주가 부양 의지가 굉장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 투자의 장점
위와 같은 특징이 있기에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건 즐겁고 보람된다. 진정으로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얻는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은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멕시코를 포함한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초로, 그리고 영어 문화권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은 성장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일부 소수 기업을 제외하고는 성장의 호흡이 길지 않다.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말 길어야 2-3년 간 실적의 성장이 이어진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경우 10년, 20년, 50년을 성장하는 기업이 많다. 보통, 10-20년 성장한 뒤 주식 시장에 상장하게 되는데 그 뒤로도 30년은 더 성장한다.
성장주 투자는 비교적 쉽다. 성장의 초입이나 중간에 매수하여 성장이 끝나기 전에 매도하면 된다. 특히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매수하면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이런 기회가 너무나도 많다. 성장이 끝나기 직전에 매수하면 큰 댓가를 치르기도 하지만, 조금만 공부해봐도 성장의 끝인 지 아닌 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이 이어지는 동안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한다. 10-20% 씩 매년 성장하는 기업도 많기 때문에 PE만 유지되면 주가가 그만큼 오르는 것이다.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오르면 그만큼 주가는 더 오른다.
턴어라운드나 배당주 투자도 흥미롭다. 턴어라운드는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는 것 만큼 어렵다. 단, 적중했을 때 그 리턴은 우리나라 주식의 리턴을 훨씬 뛰어 넘는다. 배당주는 또 다른 묘미다. 이익은 크게 증가하진 않는다. 그래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도 않는다. 단, 분기마다 배당을 주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미국 주식 투자의 단점
미국 주식 투자의 가장 큰 단점은 단연 세금이다. 우리나라 소액 주주 같은 경우 거래세를 제외하곤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수익의 200만원을 제외하고 20%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쉽다는 걸 감안하면 이정도 비용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쉽게 수익을 내기 때문에 따라오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세금 외에도 또 다른 숨은 비용이 있다. 바로 환율이다. 환율의 매수, 매도 스프레드는 생각보다 크다. 당장 달러로 바꾸고 주식을 매수했다가, 주식을 매도하고, 원화로 환전하면 1억은 곧 9천500만원이 된다. 엄청 큰 단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금처럼 달러 가치가 상승한 때에는 더 부담스럽다. 달러 가치 하락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거의 자산의 10%가 사라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0억의 자산가에는 1억을 환차손을 비롯한 거래비용으로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며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투자자를 보면 대부분 반도체와 테크 섹터에 머물러 있다. 아마 우리나라 투자자로써 갖는 엣지를 고려하면 그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정보도 많고, 테크 섹터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주식 투자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는 게 실제로 더 큰 수익을 올려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 주식은 턴어라운드 주식이다. 턴어라운드 기업은 미래를 적절히 예상할 수 있으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준다. 그래서 성공적인 국내 투자자들은 연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의 산업은 일부 유틸리티 산업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처럼 장기간에 걸쳐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너무 단순화 하는 지 모르겠으나 간단히 말해, 시장이 밀릴 때 사서 보유하고 있으면 장기간에 걸쳐 오를만한 기업이 굉장히 많다. 투자자가 할 일은 그 기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지 파악하는 일 뿐이다.
맥도날드, 코스트코, 나이키, 코카콜라 등의 기업을 생각해보자. 차트를 열어 놓고 살펴보자. 단순히 이들 기업을 무작위로 매수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보유하고 차분히 기다리다가 시장이 약세일 때 매수해서 2-3년 기다렸다면 저점 대비 거의 2-3배는 오른다. 반면, 우리나라 주식의 경우, 뉴스를 읽고, 사업보고서를 읽고, 주담 통화를 하고, 회사가 망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잠겨 2-3년을 보내야지만 2-3배 오른다. 세금과 환율 스프레드라는 비용으로 기대 수익이 국내 투자보다는 조금 낮을 수 있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노동 대비 효율적인 투자인 것 만은 확실하다.
시야를 넓혀 미국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