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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투자, 영어 실력 얼마나 필요할까?

나는 영어를 못했다.

필자는 유학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물론 가고는 싶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딱히 유학을 갈 시간도 없었지만 돈도 없었다. 집안 형편이 가난하지 않았지만 부유하지도 않았다. 유학은 부자집 자식들이나 가는 것 아니던가. 대학시절 나는 단 한번도 ‘내가 유학을 가야겠다’고 감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의 유일한 목표는 유급 없이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것 뿐이었다.

의과대학 시절을 회상해보면 딱히 공부를 잘 하진 못했다. 성적도 그냥저냥이었다. 하지만 영어 만큼만은 자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가 재미있었다. 나는 영어 지문 읽기를 공부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게 읽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의 영어가 뛰어났던 건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다. 영어 지문을 읽어도 대략적인 의미만 파악하는 수준이었다. 외국인을 만나면 단 한마디도 나눌 줄 몰랐다. 그럼에도 수능에서 외국어 영역 만점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나는 지금도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겸손이 아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솔직히 자신감으로 말하자면, 대학교 1학년 때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때 나는 내가 영어를 정말 잘 하는 줄 알았다. 이때를 회상하면, 역시 ‘겸손함은 실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가장 모를 때 가장 자신감이 넘친다. 내 인생에서 지금 이순간 영어를 가장 잘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감은 지금이 제일 낮다. 내 영어의 어느 부분이 모자란 지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실력 향상의 계기

필자의 블로그를 계속해서 구독하는 독자는 잘 알겠지만, 나는 노력의 중요성을 신봉한다. 재능을 폄훼하는 건 아니다. 단, 모든 뛰어난 성과엔 피나는 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열심히만 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까지 모든 걸 그런 식으로 이루어 왔다. 신체적, 육체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노력하면 다 된다. 진심이다. 나의 과거가 증명한다. 영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학창시절 내가 유일하게 자신 있던 게 영어인 만큼 나는 영어에 집착했다.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유학에 갈 상황이 안되니(=핑계), 내 주변 환경을 바꾸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마치 미국에 사는 것처럼 모든 것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영어로 신문을 읽고, 영어로 책을 읽고, 영어로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들었다. 이해를 못해도 상관 없었다. 계속해서 내 주변을 외국처럼 만들었다. 영어가 나의 제 1의 언어가 된 것이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짜잔! 나의 영어 실력은 그대로였다.

지난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우리는 비로소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때 영어에 미치지 않았다. 미친 듯이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정도 수준의 노력은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영어 공부의 강도가 약하고 깊이도 얕았다. 일반적인 수준의 노력으로는 우리는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없다. 이게 나의 자기계발 철학이다. 일반적인 수준의 노력이란 상위 1%에 들지 않는 모든 노력을 말한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영어 실력을 늘렸는가?

영어 실력 향상의 구체적인 방법

내 영어 실력이 극적으로 발전한 계기는 바로 혼잣말과 화상 영어다. 이 가운데서도 영어 유튜브 시청과 영어 책 읽기, 영어 신문 읽기는 계속 했다. 여기에서 배운 새로운 문장 패턴과 단어를 적었다. 새로운 단어를 이용해 혼잣말을 했다. 적어도 하루 1시간 이상은 꼭 영어로 혼잣말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I’m taking a shower. I’m driving to the office. 등 나의 생활을 묘사하는 간단한 문장에서 시작했다. 특히 샤워하거나 운전할 때 혼잣말 하기가 편했다. 아무도 못듣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혼잣말도 점점 편해졌다.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나 혼자서만 계속 말하니, 내 영어가 맞는 영어인지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말은 유창하게 잘 하는데 아무도 못알아 듣는다면 그건 언어가 아니다. 언어의 기본은 의사소통 아니던가?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외국인 친구가 있을 리 없었다. 나는 화상영어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화상 영어 스케줄은 주 1-2회, 회당 1시간이었다. 1시간 동안 영어로 말해야 한다니 너무 떨렸다. 무슨 말을 하지? 수업 전 너무 떨려서 수업 준비만 2-3시간을 했다. 수업 내용은 프리 토킹이었다. 너무 떨렸기에 수업 전 준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수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 지 예상해서 혼잣말로 2-3시간 연습하고 수업에 참여했다. 오늘 있었던 일부터, 내일 뭐 할지,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지 등 한참을 혼잣말로 말했다. 그리고 수업에 참여했다. 그랬더니 한번, 한번 수업을 거듭할 때마다 확실히 말하는 게 편해졌다. 수업이 없는 날엔 혼잣말로 다음 수업을 또 준비했다. 수업을 예상해서 혼잣말로 계속 말했다. 매일, 매일, 유튜브와 책, 신문은 기본이었다.

중간에 약간의 권태기가 와서 쉬었던 6개월 정도가 있지만, 나는 이 과정을 3년 정도 계속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에 쓴 나의 노력이 상위 1%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1%만이 했음직한 노력이다. 그 결과 내 영어는 부쩍 늘었다. 시사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전에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단순히 의사표현을 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조금 더 세련되게 말하기, 조금 더 원어민스럽게 말하고 싶어졌다.

10-K와 컨퍼런스 콜 그리고 뉴스 읽기

이정도 수준이 되면 10-K와 컨퍼런스 콜을 이해하는 건 식은죽 먹기다. 농담이다. 사실 여전히 어렵다. 10-K는 그래도 법적인 문서라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모르는 용어나 문장을 찾아보다보면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컨퍼런스 콜 대본은 어렵다.

왜 컨퍼런스 콜 대본은 이해하기 어려운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어느날 SK이노베이션 컨퍼런스 콜 전문을 읽게 되었다. 한글인데도 너무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기서 느낀 점은 컨퍼런스 콜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이지 영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컨콜을 듣던, 10-K를 읽던, 조금이라도 모르는 용어는 계속해서 찾아보며 공부한다. 이렇게 하니 조금 낫다. 그래도 여전히 영어가 문제일거라는 약간의 의심은 가지고 있다.

10-K, 컨퍼런스 콜에 비해 뉴스는 비교적 쉽다. 만약 영어 뉴스를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영어 뉴스를 유튜브로 듣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영어 실력의 문제가 70% 이상이다. 경험상 그렇다.

영어를 못해도 미국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많은 투자자들이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영어를 못해도 해외 투자를 잘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번역기 돌리면 된다. 어설픈 영어로 이해하는 것 보다 훨씬 낫다. 번역기로 번역된 문장을 보면 영어로 읽는 것보다 이해도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한글로 읽기 때문에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구글 번역기도 좋지만 주변의 평을 종합하면 DeepL(딥엘)이라는 독일산 번역기가 제일 좋은 듯 하다.

하지만 영어로 직접 이해하는 것만은 못하다. 번역기가 번역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10년, 20년, 50년이 지나도 언어의 벽이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언어는 단어의 조합 이상의 복잡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만약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 얼마나 망설이다가 대답을 시작했는 지, 보다 정확한 단어를 고르기 위해 얼마나 쉬었다가 단어를 내뱉었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달라진다. 천천히 말하는가 빠르게 말하는가. 크게 말하는가, 작게 말하는가. 더듬으며 말하는가? 더듬는 이유가 더 정확히 말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회피하기 위함인가? 이런 미묘한 정보는 50년, 100년이 지나도 번역기에 담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미국 투자를 위해 영어 공부를 처음부터 해야할까?

그렇다고 영어 공부를 처음부터 하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상업적인 블로그나 업체에서는 영어 공부를 당장에 시작하라고 하겠지만, 필자는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이야기 하겠다.

만약, 토익 점수 700점 이하라면 미국 주식의 투자 범위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산업을 선도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 관련 기업이나 꾸준히 배당을 늘려가는 배당성장주 적립식 투자 정도 수준에서 미국 투자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중소형주에 해당하는 기업을 직접 분석하고 추적 관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적립식으로 마음 편히 투자하며 천천히 영어 실력을 늘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토익 점수 700점 이상 – 990점 이하는 피나는 노력 끝에 다양한 미국 기업을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정말로 비상식적인 양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열매는 매우 달다. 미국 중소형주 중에 투자할만한 기업이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영어에 유창하지 않다는 이유로 좋은 투자기회를 놓치는 건 정말 아쉽다. 필자는 만약 열정이 있고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주식 투자가 아니더라도 영어 공부에 매진해 볼 것을 권유한다.

영어 공부의 최악의 시나리오(Bear Case)는 자녀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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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마지막 문장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부모의 영어가 유창해져서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안보내게 되는 상황이 최악 시나리오라는건데 그만큼 영어유치원에서 얻는 부분이 많다는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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