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기회
지난 포스팅에서 SMR과 원자력 산업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미국 기업 NuScale에 대해 살펴봤다. 원자력 발전은 마치 1-2년 전의 AI와 같이, 제 3차대전이 발발해도 성장할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SMR은 데이터센터의 성장과 더불어 크게 성장할 부문이다. 미국의 NuScale은 미국 SMR의 선두주자 중 하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NuScale의 SMR에 부품을 제조, 납품하기로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최대 약 24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대한민국의 기업 연합(팀 코리아)이 선정되면서 원전 산업이 커지는 수혜를 한 몸에 받게 된 두산에너빌리티다. 그런데 주가는 영 시원치 않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일 최고 25,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여파로 2024년 8월 5일, 15,150원까지 하락했다가 오늘(2024년 8월 26일)은 17,4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왜 주식 시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는 걸까?
합병 이슈
체코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1주일 전, 두산 그룹은 주주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발표를 한다. 간단히 말해,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고, 두산 밥캣의 주주에게 로보틱스 주식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거의 동등하게 평가하여 진행한 이 합병은 두산로보틱스 주주를 제외한 모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모든 두산 주식에 대한 투자 센티멘트가 악화되었고, 두산 그룹의 주식은 거의 전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웨스팅하우스 이슈
웨스팅 하우스가 특허 관련 이슈로 생떼를 쓰고 있는 것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 부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합병 이슈만이 문제라면 두산 그룹을 제외한 다른 원전 관련주는 크게 올랐어야 하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전기술의 주가를 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마찬가지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98,000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지금은 67,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원전 수주 자체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주가 하락에 꽤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우려는 너무 과도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최종 협상에서 완전히 탈락하면 웨스팅 하우스 입장에서도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웨스팅 하우스가 팀 코리아의 최종 수주 계약에 훼방을 놓을 거란 우려는 과도하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이와 같은 소송은 굉장히 흔하다. 우리나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웨스팅 하우스의 소송을 보고, 미국 국력을 등에 업은 정치적인 강력한 항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필자는 투자자들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웨스팅 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는 사모 펀드 브룩필드 리뉴어블은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수주를 받지 못하면 웨스팅 하우스에게도 큰 손실이다.
결국 다 잘 될 것이다.
두산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진행되는 모양새가 아주 흥미롭다. 이복현 금감원 원장은 두산 그룹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무한히 요구할 것이라며 두산 그룹을 압박했다. 금감원장으로써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국가 시스템의 특성상, 결국 두산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두산은 두산 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병 비율과 같은 세부 내역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두산은 반복해서 합병에 관한 신고서를 정정해야 할 것이다. 정정 됨에 따라 합병 조건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주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변경될 것이고,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점차 상승할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게 두산 입장에서도 꼭 나쁘지만은 않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오르면, 합병 과정에서 매수청구권으로 지불될 금액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일시적 위기
원자력 발전 산업은 2050년까지 성장할 성장 산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주기기 설계 및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두산에너빌리티다. 그 외에도 가스터빈이나 수소전지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장기적 성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점 매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성장하는 산업이 일시적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두산에너빌리티가 바로 이런 상황이 아닐까? 경험적으로 보면, 좋은 투자는 항상 뭔가 불편할 때 사야 했다. 지금만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사기에 불편했던 시기가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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