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수의 근본적인 원인
투자는 자산 증식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직장인들은 투자에 열심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월 50만원씩 저축해도 일년에 600만원이다. 6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러다보니 직장인 투자자들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벌고 싶어 한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투자 철학은 바로 단기 투자다. 필자는 단기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투자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모멘텀이라 불리는 주가의 관성은 확실히 존재한다. 상상 속의 존재만은 아닌 것이다. 단, 모멘텀을 이용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가능이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모멘텀을 이용한 단기투자 또한 투자 기업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이 있어야지만 가능할 것이다. 모멘텀 중에서도 거짓 모멘텀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자연스레 기업 분석으로 돌아온다. 단기 투자를 포함한 모든 주식 투자는 결국 기업 분석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다음에 모멘텀이고 차트분석이고 나오는 것이다. 단, 이렇게 먼 길을 돌아 기업 분석의 세계로 돌아왔음에도, 근본적인 조급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종잣돈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업 분석을 하겠다고 하여 내 자산이 600만원에서 갑자기 6억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본이 적기 때문에 조급해지고, 결국 기업 분석은 매수 버튼을 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매수 버튼을 누르는 찰나의 죄책감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기에 분석의 깊이는 낮으면 낮을수록 효율적이다. 죄책감을 피할 정도의 최소한의 분석, 우리의 뇌는 바로 그 정도의 딜레이를 원한다. 매수 버튼을 바로 누르지 않기 위한 시간 지연. 우리 뇌는 이 과정을 합리화한다. “이정도 분석이면 매수버튼 눌러도 되겠지?”
매수 버튼을 누르면 벌어지는 일
가능한한 최소한의 분석이라는 장애물은 넘어, 투자자는 매수 버튼을 누른다. 주문은 곧바로 체결된다. 내 계좌에는 이제 현금 대신 주식이 들어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주식 투자의 수익률은 매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정해진다. 매수 주문이 체결된 뒤에는 기업에 대해 아무리 공부하고 팔로우업해도 주가는 제 갈길을 갈 뿐이다. 공부하면 점수가 오르는 시험과는 다르다. 최종 수익률은 처음 매수하는 순간 정해진다. 주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가야할 곳으로 가는 중이다. 우리의 소유 여부와 관계 없이 말이다.
가끔은 수익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주가는 매수가 이하로 떨어진다. 그런데 주가가 올라도, 내려도, 기업 분석을 얕게 하면 문제는 발생한다.
주가가 오르면 마냥 좋을까? 주가가 오르면 기본적으로 빨리 매도하고 싶어진다. 최소한의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진행된 내 분석에 확신이 있다고 느끼는 건, 주가가 상승한 뒤 조정 받을 때. 딱 그때까지다. 투자자는 상승 뒤 조정을 버텨내지 못한다. 기업 미래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내리는 경우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주가가 내리면 기업에 대한 모든 정보가 부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분석할 때 봤던 정보마저도 부정적으로 보인다. 왜 그땐 몰랐지? 내려가는 주가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따라서 필자는, 절대 기업 분석 이후에 주식을 바로 매수하지 않는다. 기다린다. 언뜻 어리석어 보이지만 필자 나름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전략이다. 필자는 절대로 기업 분석 이후 바로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다.
기업 분석 직후 주식을 매수하면 안되는 세가지 이유
왜 그럴까?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 분석 직후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 분석 시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첫번째 일은 최신편향(Recency Bias)이다. 최근에 나온 정보를 과대평가하게 되는 인지 오류 중 하나다. 기업을 분석하면서 투자자는 최근의 호재나 악재를 과대 평가하게 된다. 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최신 편향은 피할 수 없다. 최신 편향을 피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부정적인 뉴스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거나, 긍정적인 뉴스를 과대 평가의 신호로 오해할 수 있다. 결국, 투자자는 어느 정도의 최신 편향,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판단력 저하를 피할 수 없다.
두번째는 뇌동매수다. 기업을 분석하면 처음엔 그 기업의 좋은 점만 보인다.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와 같다. 처음에는 가장 큰 단점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경쟁 심화로 인한 주가하락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또는, 기업을 분석했는데 그 기업의 주가가 PE 10에 거래되고 있으면, 당장 사고 싶어진다. 사실 PE가 30으로 높아도 당장 사고 싶어 진다. 그만큼 미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필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 기회는 많다. 최대한 많은 기업을 분석해 두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수많은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 이유로는 귀차니즘이다. 당장 주식을 사야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기업을 분석하게 되면 아무래도 대충, 대충, 건성, 건성 하게 된다. 얼른 사고 싶기 때문이다. 대충 분석하면, 분석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그렇게도 싫었던 요식행위를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근거, 매수버튼을 누르기 위한 최소한의 양심을 위해 분석하게 된다. 빨리 사야되기 때문이다.
나의 전략
이런 오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자의 전략은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분석하고 주가 하락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고 나서 팔지 않는 것도 인내지만, 사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인내다.
워렌 버핏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the stock market is a device for transferring money from the impatient to the patient
Warren Buffett
과연 워렌 버핏이, 필자처럼 주식을 분석하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높이 평가 했을 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 부분을 염두하고 위의 이야기를 한 것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인투자자 즉, 인내심 있게 다양한 산업과 다양한 기업을 분석해 최고의 주식을 찾아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투자자라면 적어도 매수 전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계속해서 다른 기업을 분석하는 게 최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우선은 기다려야 한다.
분석 후 매수 버튼을 누르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 자체에 엄청난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 단순한 전략만으로 투자자가 실수할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춰 준다고 생각한다. 매수 버튼을 자제하는 동안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 장담하건데 다시 내려올 것이다. 실제로 내려오지 않더라도, 내려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면 내가 맞은 것이고, 주가가 내려오면 나는 더 싸게 주식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텔레그램도 가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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