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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뉴스를 읽지 않는 이유, 소음과 정보

소음과 정보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소음과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소음과 정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투자에서 말하는 소음은 분석 대상 기업의 펀더멘털과 관련 없는 뉴스다. 반대로 정보는 펀더멘털에 중요하거나 중대한 영향을 주는 뉴스다. 투자자로써 이 둘을 구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실제로 두 개념은 꽤 비슷하다. 뉴스를 읽었을 때 그 뉴스가 소음인지 정보인지는 사실 시간이 지나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은 소음이었을까 정보였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판데믹으로 인한 변화는 어떤 기업에게는 소음이기도, 어떤 기업에게는 정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소음도 정보도 아니었다. 펠로톤(PTON)이나 텔라닥(TDOC) 같은 기업에게 당시의 코로나 판데믹은 신이 내린 선물과도 같아 보였다. 판데믹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중단되자,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피트니스 센터가 문을 닫았고, 원격 진료가 활성화 됐다. 펠로톤은 실내 운동 기구를 파는 기업이고 텔라닥은 원격의료를 도와주는 기업이다. 판데믹 덕분에 두 기업은 영원히 성장할 것만 같았다. 아니면 적어도 판데믹으로 얻은 막대한 이익을 통해 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PTON의 주가는 판데믹으로 인한 실내 운동 열풍으로 주가가 최고 160달러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4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익도 마찬가지다. 당시 2021년 $4B의 매출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하여 최근 $2.6B의 매출을 기록했고 아직까지도 단 한차례의 영업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원격 의료 기업인 TDOC은 그나마 조금 낫다.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한차례도 기록하지 못했고 주가는 2021년 당시 300달러의 고점을 기록한 뒤 최근에는 12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2-3년 간 -95% 미만의 수익률이다. 이 두 기업에 투자했으면 자산은 20분의 1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눈치빠른 투자자는 판데믹의 시작으로 이들 기업의 수혜를 예상하고 재빠르게 TDOC, PTON을 매수하여 최고점에서 매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판데믹으로 인한 변화를 재빨리 눈치채고 투자했더라면, 판데믹으로 인한 변화는 소음이 아니라 정보였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이런 논리에 대해 꽤 공감하는 바이다. 단, 필자의 투자 철학과는 맞지 않다. 누군가는 눈치 빠른 전략으로 큰 수익을 봤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와 같은 재빠른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더 쉽고 더 효율적이고 더 꾸준하게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투자 철학이 있다고 믿을 뿐이다.

위의 예로 부터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같은 뉴스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정보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소음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음과 정보는 상대적이다.

나의 투자 철학과 뉴스

나의 투자 철학을 한 줄로 요약하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을 적정 가치 이하에서 사는 것이다.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 가장 중요하다. 한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깊고 넓은 경제적 해자가 필요하다. 경제적 해자가 존재하는 지 여부는 쉽게 알 수 있다. 높은 ROE와 ROIC다. 경제적 해자가 없다면 누구든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경쟁사를 설립할 것이고 기존 기업의 ROE, ROIC가 4-5% 수준(가중 평균 자본 비용 이하)으로 하락할 때 까지 경쟁은 격화될 것이다. 따라서 높은 ROE, ROIC를 장기간 기록하는 기업이 있다는 그 기업은 경제적 해자가 있다고 봐야한다.

경제적 해자가 있다고 해서 분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해자가 어떤 형태로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이 기업 분석의 핵심이다. 이것을 파악해야, 악재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경제적 해자가 건재한 지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경제적 해자를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뉴스를 읽고 그 뉴스가 정보인지 소음인지 구분할 수 있다. 투자자가 뉴스를 읽는 이유는 바로 이 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뉴스가 경제적 해자, 즉 기업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는 뉴스인가 아닌가. 이것이 핵심인 것.

투자자에게 뉴스란

하지만 대부분의 뉴스는 소음이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소식이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영향을 미칠 일은 거의 없다. 뉴스를 읽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99%의 뉴스는 소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우리의 집중력도 한정적이다. 시간과 집중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조합해야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중단해야 할 것이 바로 뉴스 읽기다. 다시 말하지만 뉴스의 거의 대부분은 소음이다. 적어도 필자와 같은 투자 철학을 가진 경우, 뉴스를 읽는 건 기업 분석 시간을 갉아 먹을 뿐이다.

뉴스보다 더 좋은 건 바로 컨퍼런스 콜이다. 우리가 투자를 위해 뉴스를 읽는 이유는 보통, 최신 트렌드나 산업의 변화, 정책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이다. 컨퍼런스 콜에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업황이나 트렌드, 정책, 규제, 수요, 경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경쟁사의 컨퍼런스 콜을 듣고 나면 웬만한 신문에서 심층 기사로 나올 법한 내용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컨퍼런스 콜을 듣거나 대본을 읽지 않고 뉴스를 보는 건 아마도 편리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모든 편리함에는 그 댓가가 있는 법이다.

단, 컨퍼런스 콜에 대한 과대해석은 피해야 한다. 컨퍼런스 콜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서도 50% 가량은 소음이다. 적어도 필자의 철학에 있어서는 그렇다. 당장의 SG&A가 어떻고, gross profit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사실 소음에 가깝다. 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음 분기, 다음, 다음 분기에 대한 실적도 사실 소음에 가깝다. 장기적인 펀더멘털에 영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콜에서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내용은 과연 비즈니스는 잘 성장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잘 성장해 나갈 것인지 여부다. 컨퍼런스 콜의 50%는 소음이 아닌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다. 컨퍼런스 콜을 듣는 것은 뉴스와는 비교도 안될 정더로 효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뉴스가 아닌 컨퍼런스 콜을 듣고, 대본을 읽는다.

소음이 주는 기회

물론, 소음이 주는 기회도 있다. 뉴스나 컨퍼런스 콜에서 부정적 소음이 들릴 때가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다. 사실 좋은 기업, 훌륭한 기업은 이와 같은 악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선 저렴하게 매수할 수 없다. 저렴하게 매수하지 못한다고 그 투자법이 틀린 건 아니다. 단지 큰 수익은 올릴 수 없다. EPS가 10% 상승하면 주식도 10% 상승할 뿐이다. 반대로 일시적 악재나 단기 실적 악화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그리고 그 악재가 펀더멘털과 큰 연관이 없다면, 생각보다 짧은 기간 동안 비교적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단, 그 기업의 경제적 해자가 손상되지 않았고, 경쟁 심화 등 장기적 경쟁 환경의 큰 변화가 없다는 전제 하에 매수해야 한다.

이런 절호의 매수 기회는 소음으로 부터 나온다. 그리고 소음은 뉴스나 컨퍼런스 콜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다. 따라서 뉴스라는 99% 소음에도 항상 어느 정도 눈과 귀를 열어두어야 하는 이유다. 소음일 뿐이지만,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분명히 있고 그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주가 하락으로 매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마무리

필자는 한 때, 월스트리트 저널(WS), 블룸버그,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배런즈를 구독했다. 정말 열심히 읽었다. 처음에는 WSJ로 시작했지만 점차 구독하는 뉴스가 늘었다. 뉴스 중독에 빠진 것이다. 처음에는 WSJ만 구독하면 투자 성과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씩 구독하는 뉴스를 늘렸고 결국 위와 같이 5개로 늘었다. 그런데도 투자의 성과는 좋아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분명히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는 무조건 투자에 좋을 것인데 말이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뉴스의 99%는 소음이었기 때문이다. 소음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1%에 해당하는 기사를 골라서 읽는다고 해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소음에 불과했다. 적어도 필자의 투자 철학을 가진 투자자들에게는 그랬다. 뉴스 기사는 분석 기업의 경제적 해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뉴스를 전혀 읽지 않아도 투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주가가 크게 변동할 때 무엇때문에 주가가 변동했는 지 역으로 찾아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자는 지금 뉴스를 단 한개도 구독하고 있지 않다. 지금 필자의 수익률은 뉴스를 4개 구독할 때보다 훨씬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그 이유는 너무 단순하다. 그건 바로 뉴스의 99%가 소음이기 때문이다. 소음보다는 정보에 집중해야 한다. 정보는 컨퍼런스 콜에 있다. 더 정확히는 컨퍼런스 콜 Q&A에 많은 정보가 있다. 투자 결정에 핵심적인 정보가 많은 곳에 집중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기업 분석, 투자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에게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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