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말하는 매수 타이밍
매수 타이밍은 중요하다. 필자는 매수 타이밍이 성공적인 투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식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면 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런데 워렌 버핏은 주식 투자 타이밍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아니, 오히려 주식 매수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노력이라 했다.
다음 대화를 보자. CNBC의 유명 앵커, Becky Quick이 워렌 버핏에게 물었다.
지금은 시장이 너무 비싸지 않은가요? 어차피 주식이 오를 거라면, 시장이 조정 받을 때를 기다렸다가 매수하면 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Becky Quick, on CNBC
이에 워렌 버핏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 누구든 그렇게 시장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지금쯤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
Warren Buffett, on CNBC
버핏 추종자(필자 포함)는 이 대화를 보고 우문현답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거시 경제를 예측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주식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래’ 거시경제에 대한 ‘컨센서스’를 예측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식시장은 거시경제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반영한다. 주식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컨센서스의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거시 경제의 컨센서스가 실제보다 부정적이었다면 생각보다 긍정적인 경제를 반영하며 주식시장은 상승할 것이고, 컨센서스가 현실보다 긍정적이었다면 거시 경제에 대한 실망으로 시장은 하락한다.
주식 시장 예측은 한편으로는 경제학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심리학의 영역이기도 하다.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 변화를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의견 변화를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리적인 요소도 존재하고 경제학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매우 다양한 변수들이 시장 참여자들의 컨센서스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컨센서스의 변화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식시장을 대하는 합리적은 태도는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부질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하고 있다.
버핏의 인터뷰와 상반된 행동, 그 이유는?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 적어도 버핏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버핏은 최고가를 달리고 있는 나스닥의 현실을 전혀 개의치 않고 주식을 매수하고 있을까? 위의 10-Q에서 발췌한 버크셔해서웨이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버핏은 그 어느때 보다도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매수 타이밍은 부질 없는 행동이라 했지만 10-Q를 열어보니 현금은 사상 최대로 보유하고 있는 버핏. 왜 말과 행동이 다를까?
필자는 버핏이 단순히 시장의 하락을 기대하며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핏은 계속해서 투자할만한 기업을 찾고 있다. 단지 적절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버핏의 투자 대상은 상장된 기업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최소 $500B 이상되는 기업일 것이다. $182B의 자금을 투자하려면 그정도 규모는 되어야 한다. 유통주식수의 10% 이상 매수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500B의 10%인 $50B을 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도 3-4개의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을 뿐이다. 단, 비상장사의 경우엔 조금 다를 것이다.
상장사의 경우 정말 아무리 적어도 버핏이 투자하려면 시가총액 규모가 $100B 이상은 되어야 한다. 버핏의 행동을 통해 미루어 추론 가능한 결론은, ‘적어도 $100B 이상의 기업 규모에서는 현재 투자할 만한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강력한 무기
다행히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대상은 버핏에 비해 훨씬 넓다. 개인투자자는 $100B 이하의 기업, 심지어는 $1B 이하의 million 단위의 기업도 투자할 수 있다.
단, 시가총액 $100B 이하의 기업은 단기 이익 변화에 대해 주가 변동이 굉장히 크다. 앞으로 10년, 20년 성장할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내년에 대한 실적 전망, 하물며 다음 분기의 실적 전망이 악화되어도 주가는 20-50% 하락한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이런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투자자들이 단기 이익과 단기 전망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월스트리트 기관투자자들은 단기 이익에 집착한다. 블룸버그 터미널을 쓰는 이유도 그렇다. 실시간으로 매장의 판매 현황이나, 산업의 지표, 소비자들의 심리 변화, 구매 담당자들의 의견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블룸버그로부터 얻는다. 이런 데이터는 분명 수익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필자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다. 하지만 굉장히 비싸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는 알파를 얻기 위해 굳이 블룸버그 터미널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일까?
만약, 개인투자자가 면밀한 기업 분석을 통해 앞으로 최소 3-10년 성장할 $100B 이하의 기업을 찾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내년 이익 전망이 어둡다. 경영진은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하고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추정치를 낮춘다. 최신의 블룸버그 터미널의 정보를 취합한 결과다. 그 결과 주가는 50% 하락한다. 열심히 찾아보면 이런 기업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블룸버그의 데이터 없이도 개인 투자자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관투자자보다 조금 더 멀리 내다 봄으로써 가능하다. 전문 투자자들이 1분기, 2분기 다음을 내다 볼 때, 개인투자자는 조금 더 멀리 1년, 2년을 내다 봄으로써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1-2분기 내로 주식을 보유하는 단기 투자에 있어서는 절대로 기관 투자자를 이길 수 없다. 개인투자자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유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
단기적인 실적 전망의 악화로 주가가 하락할 때가 개인투자자에게는 큰 기회다. $100 주식이 단기적 전망 악화로 50% 하락해서 $50에 거래된다. 투자자가 이 주식을 $50에 산다면 주가가 $200이 되었을 때, 기존 투자자들은 2배의 이익을 얻을 뿐이지만, 단기 전망의 악화를 기다린 투자자는 4배의 수익을 얻는다. 바로 이 시점이 인내심 있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단,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시장은 생각보다 합리적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틀림 없이 단기 실적은 악화된다. 투자자는 기업의 단기 전망의 악화가 장기적 실적 부진의 서막은 아닌 지 살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시장은 생각보다 합리적이다.
이런 이유로, 아예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도 있다. 주가가 장기간 상승 모멘텀을 유지해야 그 기업의 실적도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는 논리다. 필자는 이 논리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단, 이 투자 철학으로는 안정적일 수는 있겠지만 큰 돈을 벌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주가의 상승 모멘텀은 기업의 실적이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는 컨센서스 덕분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주가는 PER 50-100 정도로 높게 유지된다. 따라서 주가는 이익(EPS)의 상승분만큼만 상승할 것이다. 물론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로써, 만약 기업의 이익 성장성이 의심 받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주가는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엔 이런 주가 하락을 기다리는 편이다. 다만, 기업 비즈니스 모델과 메가 트렌드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시장은 생각보다 합리적이라는 겸손한 마음 가짐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석은 주가가 하락하기 이전에 시행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큰 주가 변동은 투자자의 심리를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주가가 크게 움직일 때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너무 낙관적이거나 너무 비관적으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하락하기 전 시행된 사려 깊은 분석은, 주가가 하락했을 때 이성적으로 판단할 기초가 되어 준다. 주가의 하락을 엄청난 기회로 단정짓고 매수할 게 아니라, 단기 실적만 악화될 것인지, 장기적으로 비즈니스에 영향이 있을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식은 어렵다
필자도 말은 이렇게 쉽게 써놨지만 주식 투자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분명히 단기적 이슈로 판단하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하나, 두개 분기의 나쁜 실적이 1-2년으로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가가 악재를 충분히 다 반영했다고 생각했는데 주가는 수개월 간 더 하락한다. 심지어는 실적이 바닥을 찍고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주가는 더 장기간 하락하기도 한다. 실적 상승을 인정하면서도 상승 속도에 대한 평가로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의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주가 하락에서 배우는 것도 있다. 철저한 기업 분석을 기초로 위기에 놓인 기업을 매수하면 적어도 그 투자로부터 무언가 배울 수 있다. 자신의 판단이 틀리더라도 ‘잘못된’ 분석의 경험으로 더 나은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토마스 에디슨의 말처럼 ‘나는 또 하나의 잘못된 기업 분석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다.
어쨌거나 실수를 하더라도, 장기적 트렌드에 속한 주식을 악재가 반영된 가격에 매수하면 적어도 큰 돈을 잃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큰 돈 잃지 않으며 더 나은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단,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었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다.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보자면 한 기업을 한 두시간 살펴본 뒤 매수해서는 자신의 성장 속도를 늦출 뿐이 아니던가.
아마도, 주식 투자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주식 투자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투자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즉, 주식투자가 쉽다고 생각한다면 약간의 행운으로 큰 돈은 벌 수 있을 지라도 단언컨데 투자자로써는 성장할 수 없다. 주식 투자에 대한 이러한 건설적인 태도는 주식을 매수한 뒤 발생하는 주가 하락의 모든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결론. 주식은 어렵다.